"성폭력 보고서가 영업비밀?" 색동원 비공개 꼼수에 강화군 '무관용' 맞불
"성폭력 보고서가 영업비밀?" 색동원 비공개 꼼수에 강화군 '무관용' 맞불
의혹 덮기 급급한 시설 측 비공개 요청에 박용철 강화군수 직격
법조계 "공익적 필요성이 사익 압도"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 2차 소환 조사 /연합뉴스
인천 강화군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불거진 성폭력 의혹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강화군이 진실 규명을 위해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자, 시설 측과 조사기관이 ‘영업비밀’ 등을 근거로 급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박용철 강화군수는 "정의롭지 못한 처사"라며 강력한 행정 조치를 예고했다.
피해자 방어권 위해 열기로 한 보고서, 시설 측 ‘민감 정보’ 이유로 봉인 요청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화군은 관내 시설인 색동원의 여성 입소자 19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의혹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했다. 최근에는 남성 입소자 16명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마친 상태다. 군은 조사 과정에서 도출된 심층 보고서가 피해자들의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 당사자와 관련된 내용을 부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다. 정보공개법상 제3자에 해당하는 색동원 측과 A 원장, 그리고 조사를 수행한 우석대 연구팀이 일제히 비공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색동원과 A 원장은 ‘민감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우석대 연구팀은 ‘영업상 기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들의 비공개 요청으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공개 일정은 최소 30일 뒤인 다음 달 11일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현행법상 제3자가 비공개를 요청할 경우, 공공기관은 공개 결정일과 실시일 사이에 30일의 간격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시설 측이 행정심판이나 소송까지 제기할 경우 진실 규명은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비공개 요청은 절차일 뿐"… 법문 뒤에 숨은 ‘시간 끌기’ 안 통한다
법조계에서는 색동원 측의 이러한 비공개 요청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의 비공개 요청권은 절차적인 권리일 뿐, 그 자체가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유는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판례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3자의 비공개 요청이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두8680 판결). 즉, 강화군은 시설 측의 요청이 있더라도 해당 정보가 법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비공개 대상인지 독자적으로 판단해 공개를 강행할 수 있다.
특히 시설 측이 주장하는 ‘민감 정보’나 ‘영업비밀’보다 장애인 인권 보호라는 ‘공익’이 훨씬 크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다목에 따르면,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장애인 거주시설 내 성폭력 의혹은 입소자의 신체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사안이므로, 조사기관의 영업비밀 보호보다 공개의 필요성이 압도적"이라며 "비공개에 의해 보호되는 사익과 공개로 얻는 권리 구제의 이익을 비교할 때, 후자가 월등히 우월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기준"(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두14224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철 군수 "시설 폐쇄 포함한 무관용 원칙 적용할 것"
박용철 강화군수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설 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군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비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공개 요청을 즉각 철회하고 진실 규명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강화군은 현재 관내 시설에 남아있던 여성 입소자들을 타 지역 시설로 긴급 전원 조치하고 있으며, 수사 당국에도 신속한 결과 발표를 요청한 상태다. 박 군수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시설 폐쇄를 포함한 즉각적이고 엄정한 행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결국 색동원의 비공개 요청은 법리적 타당성보다는 사법적 절차를 이용한 ‘시간 벌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화군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공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베일에 싸인 성폭력 의혹 보고서의 실체는 머지않아 드러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