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6)] 내 물건을 남이 갖고 있으면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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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26)] 내 물건을 남이 갖고 있으면 주인은?

2021. 10. 18 10:59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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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와 소유

우리 민법은 물건을 단순히 소지하고 있는 상태인 점유도 권리로 인정한다. /셔터스톡

김선달이 이춘풍의 조선백자를 갖고 있으면 겉으로는 김선달이 백자의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인은 이춘풍이다. 이럴 때 김선달은 백자를 점유한다고 하고, 이춘풍은 백자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점유는 어떤 물건을 사실상 지니고 있는, 즉 소지(所持)한 상태를 말하고, 소유는 그 물건에 대하여 완전한 지배권을 가진 것을 말한다. 보통은 소유자가 점유도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김선달이 백자를 점유하게 된 사유가 김선달이 소유자 이춘풍에게서 빌려왔을 수도 있고, 훔쳐 왔을 수도 있고, 이춘풍이 김선달에게서 돈을 꾸고 담보로 맡겼을 수도 있다.


우리 민법은 이처럼 물건을 단순히 소지하고 있는 상태인 점유도 권리로 인정하여 이를 점유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점유를 정당하게 하는 권리를 본권(本權)이라고 한다. 백자를 소지하고 있는 김선달은 점유권을 갖고, 본권으로는 백자를 빌려왔으면 임차권을, 이춘풍이 담보로 맡겼으면 질권(質權)을 가진다. 점유권도 권리이므로 법의 보호를 받는다. 김선달이 빌려다 놓은 백자를 임꺽정이 빼앗아 가면 김선달은 점유권을 근거로 임꺽정에게 점유물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와는 달리 김선달이 백자를 훔쳐 왔으면 점유권은 가지더라도 본권이 없으므로 이춘풍이 반환을 청구하면 그에 대항할 수가 없다.


소유권은 사람이 물건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배타적인 강력한 권리이다. 소유자는 배타적으로, 즉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배제하고 자기 소유물에 대하여 그 성질이나 용법에 따라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유권의 내용에는 크게 두 가지가 포함된다.


첫째가 소유자와 소유물의 관계이다. 소유자가 자기의 소유물에 대하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과거에는 소유권의 대내적 내용을 설명하기 위하여 팔 수도 있고, 빌려줄 수도 있고, 공짜로 줄 수도 있고, 담보로 제공할 수도 있고, 나눌 수도 있고, 소비할 수도 있고, 부술 수도 있고, 집어삼킬 수도 있고 등등, 소유자가 할 수 있는 행위를 모두 열거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입법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행위를 추상화, 개념화하여 단 세 낱말, 즉 '사용, 수익, 처분'으로 요약하여 소유권의 내용을 규정한다. ①소유자는 소유물을 점유하여 사용할 수 있다. 내 소유인 컴퓨터를 내가 직접 갖고 사무를 보는 데에 쓰는 것과, 내 소유의 주택에서 거주하는 것이 그 예이다. ②소유자는 소유물을 활용하여 수익(收益), 즉 이익을 거둘 수가 있다. 내 토지에서 농사를 하여 이익을 얻거나, 내 기계를 빌려주어 임대료를 받는 것이 그 예이다. ③소유자는 소유물을 처분할 수 있다. 소유물을 팔거나, 소비하거나, 증여하거나, 부수는 것 등이 처분에 해당한다.


둘째로 소유자와 제3자의 관계이다. 소유권은 배타적 권리여서 이춘풍이 단독으로 소유하는 조선백자를 김선달도 단독으로 소유하는 것처럼 복수의 소유권이 겹치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만일 이춘풍의 백자를 김선달이 단독으로 소유할 목적으로 빼앗아 가거나 훔쳐 가면 이춘풍은 김선달에게 그 백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소유물반환청구권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으면 소유자는 그 방해의 제거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 이춘풍의 배추밭에 김선달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갖다 버리면 이춘풍은 그 쓰레기를 제거할 것을 김선달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선달이 이웃인 이춘풍의 마당과의 경계에 쌓은 담장이 장맛비에 이춘풍의 마당 쪽으로 기울어지면 이춘풍은 김선달에게 담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공사를 하거나 담보를 제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소유물방해예방청구권이라고 한다.


소유권은 항구성(恒久性)이 있어서, 권리자가 장기간 방치하더라도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이춘풍의 소유물을 김선달이 오래 점유하고 있으면 취득시효가 완성하여 이춘풍이 소유권을 상실할 수는 있다. 이처럼 방심하면 남의 점유가 소유로 둔갑하는 수가 있으니 주의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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