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만 받아도 '잠재적 범죄자'?…봉사활동 가로막는 '수사경력 조회'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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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만 받아도 '잠재적 범죄자'?…봉사활동 가로막는 '수사경력 조회'의 덫

2025. 08. 20 11:4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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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 전이라도 아동·청소년 기관은 조회 가능

'무죄 추정 원칙'과 '사회적 안전망'의 충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범죄 혐의로 수사받는 것만으로 봉사활동이 막힐 수 있다는 사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성범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A씨.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싶었지만 '범죄경력 조회'라는 예상치 못한 벽을 마주했다. 아직 법원의 유죄 판결도 나지 않은 '수사 기록'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현실은, 법적 무죄와 사회적 낙인 사이의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는 아직 죄인이 아닙니다"…'전과'와 다른 '수사 기록'

A씨의 불안은 "나는 아직 죄인이 아닌데"라는 항변에서 시작된다. 법적으로 그의 말은 맞다. 우리 헌법은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모든 피의자·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대원칙으로 삼는다.


여기서 핵심은 '범죄경력'과 '수사경력'의 차이다. 법무법인 지금의 김진환 변호사는 "흔히 전과라고 부르는 것은 벌금형 이상의 유죄가 확정된 '범죄경력'을 의미한다"며 "반면 '수사경력'은 수사를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록으로, 둘은 법적으로 명백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원칙적으로 A씨는 '전과자'가 아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 그러나 법에는 '예외'가 있다

하지만 '무죄 추정'이라는 대원칙이 모든 상황에서 수사 기록을 완벽히 가려주는 방패가 되지는 못한다. 문제는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숨어있다.


이 법률 시행령은 특정 목적에 한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경력자료' 조회를 허용하는 예외를 둔다. 즉, 조회하는 기관과 목적의 정당성에 따라 A씨의 기록에 '수사 중' 또는 '재판 중'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회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들 곁으로' 가려 한다면…가장 엄격한 잣대

A씨의 고민은 그가 봉사하려는 기관이 어디냐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로 바뀐다. 만약 그곳이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이나 복지시설이라면, 상황은 훨씬 엄격해진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이들 기관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때 성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화'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확정 판결뿐 아니라 현재 수사 중인 사건 기록까지 조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보호가 절실한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라는 이유에서다.


법적 무죄와 사회적 낙인 사이, 현실의 벽

물론 모든 기관이 수사 경력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일반 기업이나 단체의 자원봉사는 내부 규정에 따라 확정된 '범죄경력'만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A씨는 지원서의 '범죄전력 조회 동의' 문구 앞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는 무죄이지만, '수사 중'이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그는 법적으로 무고하지만, 사회의 문턱 앞에서 이미 혹독한 평가와 싸워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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