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촬영된 영상, 법적 절차 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
몰래 촬영된 영상, 법적 절차 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
수사기관 거치지 않고 변호사 단독으로 포렌식 검증이나 자료 확인을 강제할 방법 없어
민사적 합의 절차나 내용증명 통해 확인하는 방법 있지만 법적 강제력 약해

몰래 촬영된 영상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데, 수사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가능할까? /셔터스톡
오래전 A씨의 당시 남자 친구가 몰래 성관계 영상을 찍었고, A씨가 그 영상을 발견했다. 이때 A씨는 너무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워서 증거를 남겨둘 생각을 못 하고 즉시 영상을 지워버렸다. 대신 A씨는 그 남자의 얼굴과 “몰래 촬영하였고,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등 촬영 정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찍어두었다.
A씨는 당시에는 다른 법적 절차를 하지 않았는데, 요즘도 그때만 생각나면 손발이 떨리고 불안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형사처벌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포렌식 등을 통해 영상이 세상에 확실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이라도 받고 싶다. 법적 절차 없이 변호사 입회하에 진행할 방법이 있을까?
두 가지 방법 있지만, 수사 절차 거치는 게 가장 확실해
법률사무소 조율 조가연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변호사 단독으로 포렌식 검증이나 자료 확인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조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며 “하나는 정식으로 고소하여 수사기관을 통해 상대방의 기기나 계정을 포렌식 검사하는 방법으로, 이를 통해 영상 유포 가능성, 잔존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하나, 형사처벌까지는 원하지 않는다면 민사적 합의 절차나 내용증명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영상 완전 삭제 및 재유포 금지를 확약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법적 강제력이 약하므로, 확실성을 원한다면 수사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 변호사는 짚었다.
수사 절차 없이는 강제적인 포렌식이 불가능해
로티피 법률사무소(LAWTP) 최광희 변호사는 “영상이 완전히 삭제되었는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려면 포렌식 절차가 필요한데, 이는 결국 수사기관 개입이 있어야만 강제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단순히 변호사 입회만으로는 강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몰래 촬영 사실을 인정하는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고소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문 조치홍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기, 클라우드 계정, 저장매체를 확보해야만 ‘실제 영상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변호사 단독으로, 또는 양 당사자 동의만으로는 강제 포렌식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내용증명 발송이나 합의서 작성 등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한적
최광희 변호사는 “형사절차까지는 원치 않는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내용증명 발송이나 합의서 작성 등을 통해 촬영물 전부 삭제 및 재유포 금지를 확약받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치홍 변호사는 “형사 고소 대신 사실조회나 합의서 체결 시 포렌식 확인 조건 명시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고,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협조한다면 변호사 입회하에 제한적인 확인 절차를 시도해 볼 수는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안심하려면 수사기관의 절차를 통한 공식 확인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인다.
예서 법률사무소 배재용 변호사는 “형사처벌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영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일정 부분 법적 절차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A씨 혼자 감당하기보다는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 진술을 정리하고, 증거 제출 후 영상 존재 여부 확인 중심의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배 변호사는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