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송치했다'더니 6개월간 서류 방치…국가배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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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송치했다'더니 6개월간 서류 방치…국가배상 받을 수 있을까?

2026. 08. 07 09:0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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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사건 진행 문의하자 '정상 진행중' 거짓 안내…경찰 실수 인정 녹취도 확보

한 여성이 전 남자친구의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사건을 고소했지만, 경찰의 실수로 6개월간 수사가 중단됐다. / AI 생성 이미지

전 남자친구로부터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을 받아 경찰에 고소한 A씨. 경찰로부터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는 안내를 받고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약 6개월 뒤, A씨가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사건 서류는 경찰의 실수로 검찰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경찰서에 방치돼 있었고, 그 사이 경찰은 A씨의 문의에 '정상 진행 중'이라는 거짓 안내까지 했다.


경찰의 업무상 과실로 반년 가까이 애를 태운 A씨는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검찰 송치됐다" 안내만 믿었는데…6개월간 멈춰있던 수사


A씨는 올해 초 전 남자친구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얼마 뒤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안내했고, 사건조회 시스템에도 '검찰송치'로 표시됐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검찰 사건번호가 조회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지난 7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진행 상황을 문의했지만, 담당자는 "이미 검찰로 송치된 사건"이라고만 답했다.


A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검찰에 직접 문의한 끝에 드러난 진실은 이랬다. 경찰이 처음 송치한 서류는 '영장집행불능 사유 누락'으로 검찰에서 반려됐고, 이후 약 5개월간 경찰서에 보관돼 있었다.


A씨가 경찰서를 방문한 뒤에야 경찰은 부랴부랴 서류를 다시 보냈지만, 이마저도 기록이 미비해 재차 반려됐다. 사건이 검찰에 정식으로 접수된 건 처음 송치 안내가 있었던 때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8월 초였다.


이후 경찰 담당자는 A씨에게 연락해 전산으로만 송치 처리를 하고 실제 서류는 경찰에 남아 있었던 것이 자신의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A씨는 이 통화 내용을 녹음해 뒀다.


경찰의 '업무상 과실', 국가배상책임으로 이어질까?


변호사들은 경찰의 명백한 과실이 있었던 만큼 국가배상청구를 검토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더신사 법무법인 김연주 변호사는 "형사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안내하면서 실제로는 장기간 검찰 접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사실을 제때 고지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대응 지연이 발생했다면, 공무원의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상산 채한규 변호사 역시 "수사기관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성실의무 및 고소인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직무상 과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담당자가 본인 실수였다고 직접 사과한 통화 녹음과 검찰의 공식 답변은 과실 입증에 있어 매우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짚었다.


"정신적 손해 입증이 관건"…단순 불편 넘어선 피해 소명해야


다만 국가배상이 인정되려면 경찰의 과실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구체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점과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A씨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변호사들은 이 사건의 핵심이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법원이 인정할 만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데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문제는 법원이 단순 불편이나 분노만으로는 위자료를 넓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6개월 지연으로 인해 수사 대응 기회를 잃었는지, 불안으로 치료가 필요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앤권 법률사무소 권오훈 변호사도 "실무에서 단순한 사무 착오나 전산 입력 오류만으로는 위법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촬영물 유포 협박 사건은 시간 경과가 피해 확대와 직결될 수 있으므로, 지연으로 실제 발생한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의 설득력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경찰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가 명백해 국가배상 청구 자체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6개월의 시간 동안 A씨가 겪은 불안과 고통이 단순한 행정 착오에 대한 불쾌감을 넘어 구체적인 권리 침해와 손해로 이어졌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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