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만원 빚에 묶인 전세금, 집주인마저 '증발'했다
9천만원 빚에 묶인 전세금, 집주인마저 '증발'했다
압류 취소 희망 보였지만…'이사' 한 번에 돈 잃을수도

사업자 대출로 2300만원의 전세보증금이 가압류된 세입자는 보증금이 법적 압류금지 대상이라 가압류 무효 가능성이 있다. / AI 생성 이미지
9천만 원 사업자 대출 때문에 2300만 원 전세보증금이 통째로 묶인 세입자 A씨. 집주인마저 집을 팔고 떠났다.
변호사들은 '소액보증금은 압류 자체가 무효일 수 있다'는 희소식을 전하면서도, '이미 이사했다면 새 주인에게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동시에 내놨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A씨의 법적 실타래, 과연 해법은 있을까?
"그 돈은 원래 못 건드려요"…가압류 무효 가능성
5월 전세 계약 만료 후 이사를 한 A씨. 전세보증금 2500만 원 중 돌려받은 돈은 고작 200만 원이다. 과거 신용보증재단에서 받은 사업자 대출 9000만 원의 연체가 발목을 잡아, 보증금 2300만 원에 가압류가 걸린 탓이다.
A씨는 법원에 가압류를 풀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렸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일부 변호사들은 예상 밖의 희망을 제시했다. A씨의 보증금이 법적으로 압류할 수 없는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은정 변호사는 "보증금 2천500만 원은 전액 최우선변제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신용보증재단의 가압류는 법적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홍현필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압류금지채권에 대한 가압류 명령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이거나 취소 대상이 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해당 보증금이 법률상 압류금지채권임을 적극적으로 소명하시면 가압류 해제 결정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집 비운 순간 끝"…새 주인에겐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하지만 가압류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이 보증금 회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함정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집이 팔렸다는 사실과 A씨가 이미 이사를 했다는 점이다.
통상 임차인이 대항력(집주인이 바뀌어도 새로운 집주인에게 권리를 주장할 힘)을 유지하려면 '주민등록'과 '점유(실제 거주)'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A씨는 전출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은 유지했지만, 이미 이사를 해서 '점유'를 상실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윤상현 변호사는 "5월에 이사하시면서 임차권등기(집을 비운 뒤에도 보증금 받을 권리를 지켜주는 등기)를 해두지 않으셨다면, 집을 비운 순간 대항력(집이 팔려도 새 주인에게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는 힘)이 사라졌을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한솔 변호사 또한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주민등록과 점유가 함께 유지되어야 보전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이미 이사를 하신 상황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두지 않으셨다면 확정일자를 남겨두셨더라도 대항력이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대항력이 없다면 A씨는 건물을 새로 산 주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할 수 없고, 오직 계약 상대였던 전 집주인에게만 돈을 달라고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실타래 풀 해법은? 소송과 협상 '투트랙'으로
결국 A씨는 복잡하게 얽힌 여러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투트랙 전략'을 조언했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가압류 소송에서 자신의 보증금이 '압류금지채권'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주장해 가압류 자체를 무력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대항력 유지 여부를 법적으로 명확히 판단해 보증금을 청구할 상대를 전 집주인으로 할지, 새 집주인으로 할지부터 확정해야 한다.
한병철 변호사는 "가압류 해제만 기다리기보다 신용보증재단과 변제협의, 일부 해제 요청, 임대인의 공탁 여부 확인, 임차권등기 및 보증금반환청구를 병행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 모든 법적 절차와 별개로, 채권자인 신용보증재단 및 전세자금대출을 내준 은행과 상환 유예나 분할 상환 등을 협의하는 현실적인 노력도 병행해야만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