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가족' 대신 '기족'?…법원 오타, 판결 효력엔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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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가족' 대신 '기족'?…법원 오타, 판결 효력엔 문제없나

2025. 10. 31 13:3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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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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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오기는 효력 무관

의미 왜곡 땐 판결경정으로 수정

판결문 곳곳에서 발견되는 오타, 그냥 넘어가도 괜찮을까. /셔터스톡

법원 판결문을 살피다 낯선 단어와 마주쳤다. '기족'. 문맥상 '가족'을 잘못 쓴 오타로 보였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서울고등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여러 법원의 판결문에서 같은 오타가 발견됐다.


판사도 사람이기에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 누군가의 운명이 갈리는 판결문의 무게를 생각하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이런 오타는 판결 효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산고등법원 2021나10353 판결문의 한 대목. '가족관계증명서'를 '기족관계증명서'로 표기했다.
부산고등법원 2021나10353 판결문의 한 대목. '가족관계증명서'를 '기족관계증명서'로 표기했다.


단순 오타, 판결 효력엔 영향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 오타는 판결의 효력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판결 효력은 판결 선고로 발생하며(형사소송법 제37조, 민사소송법 제206조), 판결서의 기재 오류는 판결의 본질적 내용과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2023누73061 등)에서 '가족'을 '기족'으로 잘못 기재한 부분을 확인했다. 서울행정법원의 귀화 불허 처분 취소 소송 판결문(2024구합78269)에서도 국적법의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조항을 인용하며 '기족'이라고 쓰는 오타가 나왔다.


이처럼 명백한 오기는 판결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으며, 판결문 전체 맥락에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면 법적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


의미 왜곡하는 오타는 '판결경정'으로 바로잡아야

문제는 오타가 판결 의미를 왜곡하거나 판결 요지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를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로 잘못 쓰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럴 때는 '판결경정제도'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그밖에 이와 비슷한 잘못이 있음이 분명할 때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경정결정을 내리는 것이다(민사소송법 제211조, 형사소송규칙 제25조).


경정결정은 판결의 본질적 내용을 바꾸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명백한 오류를 수정하는 절차다. 만약 오류가 판결의 핵심 내용을 바꾸는 수준이라면 경정결정 대상이 아니며, 상소(항소 또는 상고)를 통해 다퉈야 한다.


2025년 기준, 판결문 작성 책임은 '판사'에게

그렇다면 판결문은 누가 작성하는가? 법적으로 판결문 작성의 최종 책임은 판사에게 있다. 형사소송법 제38조는 "재판은 법관이 작성한 재판서에 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판사가 판결의 주문(결론)과 이유를 결정한 뒤, 법원사무관이나 재판연구원(로클럭)이 초안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종 검토와 수정, 그리고 서명날인은 판사가 직접 한다. 따라서 판결문의 모든 내용은 판사의 책임 아래 작성된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판결문 오타는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그 자체로 판결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의미를 왜곡할 정도의 중대한 오류는 '판결경정'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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