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된다'는 병원 말만 믿었는데…보험사기 피의자 된 억울한 사연
'실비 된다'는 병원 말만 믿었는데…보험사기 피의자 된 억울한 사연
지방흡입 후관리로 도수치료, 엉뚱한 '경추 염좌' 진단서…"고의 없었단 점,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지방흡입 후관리 후 허위 진단서로 보험금을 청구한 환자가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올해 3월 지방이식 및 복부지방흡입 수술을 받고 병원의 권유에 따라 후관리 치료를 받았다.
"실비 처리가 된다"는 말에 회당 20만 원을 내고 도수 치료를 받았을 뿐인데, 최근 경찰로부터 '보험사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병원에서 발급해 준 서류로 보험사에 청구해 30만 원대 보험금도 받았지만, A씨는 모든 것이 병원의 안내에 따른 것이었다고 항변한다.
병원을 믿고 따랐을 뿐인데 어쩌다 범죄 혐의에 연루된 걸까. A씨는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지방흡입 후관리라더니, 진단서는 '경추 염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수술 후 병원으로부터 "후관리를 받아야 한다. 실비 처리가 되는 항목이니 꼭 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에 회당 20만 원인 도수 치료와 물리치료를 두 차례 받았고, 병원 안내에 따라 실손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30만 원대를 돌려받았다.
문제는 병원이 발급한 소견서의 진단명이었다. A씨가 받은 치료는 '지방흡입 후관리'였지만, 진단서에는 전혀 상관없는 '상세 불명의 경추 염좌'라고 적혀 있었다.
A씨는 "병원에 허위 진단서를 써달라고 요청한 적이 전혀 없고, 의사가 알아서 기재한 것이라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실비 적용이 안 되는 줄 알았다면, 비싼 돈을 내고 치료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처벌 가르는 핵심 '고의성'…"몰랐다는 점,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험금을 속여 타낼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변호사들은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보험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는 "경찰은 병원과 환자가 허위 또는 과장된 진단명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 공모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A씨가 허위 진단명 기재를 알았거나 이를 병원에 요청했는지, 허위 청구를 인식하고 보험금을 받은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고 변호사는 "병원의 권유를 믿었고 진단명 작성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편법 청구 사실도 몰랐다면, 방어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단순히 "몰랐다"고만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윈앤파트너스 김민경 변호사는 "당시 병원 설명 내용, 문자, 결제 내역, 진료 기록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섣부른 대응은 금물…병원 통화·보험금 반환 '신중해야'
억울한 마음에 병원에 전화해 따져 묻고 이를 녹음하는 것은 어떨까.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다소 갈렸다.
법률사무소 피플청담 이택건 변호사는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즉시 이행하길 권한다"고 밝혔지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지금 병원에 따지듯 전화하면 오히려 진술이 꼬이거나 통화 내용이 불리하게 쓰일 수 있어, 자제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지급받은 보험금을 돌려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험금을 반환하는 것만으로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추후 보험회사와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 회복 노력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진짜 주범은 병원?…허위 진단서 발급한 병원의 책임
그렇다면 환자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변호사들은 병원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피플청담 이택건 변호사는 "오히려 병원과 브로커가 이번 경찰 수사의 '몸통(주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수사기관이 병원의 조직적인 보험사기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장부에 적힌 환자들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원이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보험사기를 주도했다면, 의료법 위반은 물론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더 무겁게 처벌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