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어디 갔나요? 부처님 얼굴에 먹칠한 '피고인' 스님과 불자들
자비는 어디 갔나요? 부처님 얼굴에 먹칠한 '피고인' 스님과 불자들
부처님 가르침 뒤로한 '피고인' 스님과 불자들⋯형사 판결문 5년치 찾아봤더니
목탁으로 폭행하고, 부처님 오신 날 이웃과 싸움 벌이기도

부처님 오신 날. 자비의 가르침을 역행한 스님과 불자들이 있었다. 수행에 사용해야 할 목탁과 불상은 범행 도구로 전락했다. /셔터스톡·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부처님 오신 날. 청명한 목탁 소리가 전국 약 1만 5000개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날이다. 일반적으로 불교를 떠올리면, 속세를 떠나 묵묵히 수행하는 스님들을 떠올리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비(慈悲)의 마음을 베푼다. 폭행을 저지르거나 거친 말을 내뱉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못' 배운 일부 스님과 불자들이 있었다.
사찰에 있어야 하는 스님들은 '피고인'이 되어 형사 법정에 섰다. 한 스님은 예불을 드릴 때 사용해야 할 불구(佛具)로 주지스님을 폭행했다. 또 다른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에 음악을 크게 틀었다는 이유로 인근 카페 사장을 폭행했다.
그 결과 영구히 보존되는 형사 판결문에 '목탁'과 '철제 부처님 얼굴상' 등이 범행 도구로 새겨졌다. 로톡뉴스가 최근 5년치 형사 판결문에서 일부 스님과 불자들이 어떤 범행을 저질렀는지 정리해봤다.
서울의 한 사찰. 이곳의 주지스님은 SOS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언제, 어딜가든 차고 다녔다. 같은 절에서 수행을 함께 하는 스님 때문이었다.
스님 A씨는 주지스님을 1년 넘도록 시도 때도 없이 폭행했다. 앞서 주지스님을 폭행 했다가 형사 처벌을 받았는데, 당시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었다. 욕설과 주먹질, 발길질은 예사였다. 목탁으로 머리를 때렸고, 무게 5kg가 넘는 철제 불상으로 주지스님을 내려칠 듯 위협했다.
악행은 멈출 줄 몰랐다. 사찰의 행사까지 방해했고, 불자들이 보는 앞에서도 행패를 부렸다. '천도재'를 준비하던 주지스님에게 "망한 절에서 무슨 기도를 하냐"며 훼방을 놨고, 불자들이 주지스님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가로막았다.
주지스님을 괴롭히고 절을 쑥대밭으로 만든 대가는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이었다. 지난해 8월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진상범 부장판사는 "부녀자인 피해자(주지스님)에 대해 지속적으로 폭행 등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A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지난 1월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오권철 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경남의 한 사찰에서는 주지스님과 불자가 함께 난동을 부렸다. 주지스님 B씨는 '부처님 오신 날'에 사찰 인근 카페 사장의 멱살을 잡았다. 가게에서 틀어 놓은 음악 때문에 절의 행사가 방해받는다는 이유였다. 해묵은 갈등이 이날 '폭발'했다고 볼 수 있었다. 평소에도 스님 측과 카페 사장은 소음 문제로 다툼을 겪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자 주지스님 B씨와 함께 간 불자 C씨도 가세했다. 주지스님이 카페 사장의 멱살을 잡는 동안 C씨는 손도끼로 가게를 때려 부쉈다.
멱살이 잡혔던 피해자가 스테인리스 재질 보온병 등으로 주지스님 B씨의 머리를 내려치자, C씨가 이를 빼앗아 다시 피해자의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C씨는 "니(피해자) 모가지 따뿐다"고 위협까지 했다.
이들은 모두 재판에 넘겨져 나란히 처벌받았다. 지난 1월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 단독 김낙형 판사는 주지스님 B씨를 벌금 200만원, 손도끼를 휘두른 불자 C씨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등으로 처벌했다.
물론 '피고인'은 스님만 있지 않았다. 앞선 사건의 C씨를 비롯해 일부 불자들 역시 갖가지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2019년 서울의 한 사찰이 발칵 뒤집혔다. 법명으로 정행(正行)을 쓰는 불자, D씨 때문이었다. '정행'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한 바른 행위란 뜻이다. 하지만 D씨의 행동은 이름과는 정반대였다.
이날 D씨는 해당 사찰 앞에서 "이곳의 주지스님은 살인자와 같다"며 "사찰을 강탈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다수 배포했다. 23억원을 들여 절을 지어 놨더니, 이 주지스님이 빼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지스님은 D씨의 절을 빼앗은 적이 없었다. 허위 사실이었던 것. 심지어 D씨는 예전에도 비슷한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수원지법 형사6단독 정성화 판사는 D씨를 벌금 400만원으로 처벌했다. D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지난해 10월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주진암 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긴다'는 자비의 종교, 불교. 그러나 이들 피고인의 모습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자비를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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