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엄벌 탄원서', 가해자가 읽었을까?…피해자의 끝나지 않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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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엄벌 탄원서', 가해자가 읽었을까?…피해자의 끝나지 않는 불안

2025. 12. 11 12:2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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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기록 열람권과 피해자 보호의 딜레마를 파헤치다

현행법상 피고인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피해자의 엄벌 탄원서를 열람할 수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피해자의 눈물 담긴 탄원서, 피고인 열람 막을 길도 확인할 길도 없다


형사재판 피해자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써 내려간 '엄벌 탄원서'.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한다.


"나에게 고통을 준 그 사람이, 내 모든 감정이 담긴 이 글을 읽었을까?"

가해자의 방어권과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라는 두 가치가 법정 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내 모든 고통이 담겼는데…" 피해자의 불안, 법의 벽에 부딪히다


한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재판부에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탄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도 잠시, 곧이어 섬뜩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피고인이 자신의 탄원서를 열람해 신상 정보가 노출되거나 보복의 빌미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는 '피고인이 기록을 보려면 판사의 허락이 필요하고, 열람했다면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법률 전문가들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피해자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피고인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재판 기록을 열람·등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 역시 소송 기록의 일부이기에 열람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피고인의 '방어권' vs 피해자의 '보호'…기록 열람의 딜레마


이 문제의 핵심에는 형사소송법 제35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조항은 '피고인과 변호인은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 제대로 방어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탄원서는 피고인의 양형(형벌의 정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이므로, 피고인 측이 그 내용을 확인하고 반박할 기회를 갖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인정된다.


피해자가 가졌던 '판사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믿음 역시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김경태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재판장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법리적으로 피고인의 열람권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권리가 아닌, 법률상 원칙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에 가깝다.


다만 재판장이 피해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현저한 위험이 예상될 경우, 개인정보를 가리는 등의 보호 조치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열람 신청"은 떠도, "무엇을 봤는지"는 깜깜…시스템의 한계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열람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는 "피해자의 경우 피고인의 열람등사 신청 사실만 알 수 있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서류를 열람등사 신청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 역시 "진행 내역에는 열람등사신청서를 제출했다는 내용만 확인이 가능하고, 정확히 어떤 문서를 열람 신청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 시스템에 '열람/등사 신청서 제출'이라는 한 줄의 기록이 뜨더라도, 그것이 수많은 서류 중 피해자의 탄원서를 특정해 본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인 셈이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엄벌탄원서를 제출한 이후 피고인 측이 열람복사 신청을 했다면 해당 문서를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실적인 추측을 내놓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나?…변호사들이 제시한 '최소한의 방패'


그렇다면 피해자는 속수무책으로 불안에 떨어야만 할까. 변호사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방패'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첫째, 탄원서 제출 시 재판부에 주소나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신청하는 것이다.


둘째, 서면 제출에 그치지 않고 법정에서 직접 피해 사실과 심경을 진술하는 '피해자 진술권'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등 법률 대리인을 통해 재판부에 정중히 문의해 열람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임을 적극 추천드린다"며 "재판 과정에서의 불안감을 덜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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