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커피 던지면 재물손괴? 경찰관의 질문에 법원이 답했다
차에 커피 던지면 재물손괴? 경찰관의 질문에 법원이 답했다
세차로 끝나면 경범죄, 페인트 묻으면 재물손괴…핵심은 '원상회복'

주차된 차에 이물질을 던질 경우, 쉽게 세차할 수 있다면 경범죄로 처벌된다. / AI 생성 이미지
주차 시비로 차량에 이물질을 던졌을 때, 손상이 없으면 처벌이 어려울까?
현직 경찰관의 질문에 법조계가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세차로 쉽게 지워지면 경범죄 처벌에 그치지만, 페인트나 인분처럼 제거가 어렵고 차량의 효용을 해치는 경우 재물손괴죄로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기준은 결국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비용'에 달려있었다.
"손괴 없는데 처벌되나요?" 현직 경찰관의 질문
최근 자신을 초임 경찰관이라고 밝힌 A씨가 온라인 법률 상담 게시판에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일을 하다보면, 주차 문제로 차량에 이물질을 투척해놓는 경우가 있는데 따로 차량에 손괴된 부분은 없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형법을 공부하다보면 계란을 던진 판례같은 경우 재물손괴가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서 위와 같은 사례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와 동료들은 자체적으로 "그나마 경범죄처벌법 정도가 있지않을까라는 결론을 내고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커피'는 괜찮고, '강력 스티커'는 유죄? 변호사들의 답변
경찰관의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이물질의 종류와 그로 인한 훼손 정도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주차 시비 끝에 차량 본네트에 커피나 담배꽁초 쓰레기 등을 투척한 것은 손 쉽게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물손괴에 해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재물손괴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정선 변호사(법률사무소 건우)는 "뜨거운 음료를 차량에 붓는 경우 광택 훼손, 플라스틱 부분 휨 현상 등 차량 외관이 훼손될 가능성도 존재할 것으로 보이므로, 경우에 따라 손괴죄를 검토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 역시 "강력 주차스티커를 세게 부착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떼어내기 도저히 어렵거나 떼어내도 스티커 자국이 남으면 그것은 재물손괴로 의율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예외적인 상황을 강조했다.
판례로 본 유·무죄 기준: '들기름' 무죄 vs '개의 변' 유죄
실제 법원의 판결은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 즉 '효용의 침해'가 있을 때 성립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건물에 계란 40여 개를 던진 행위(대법원 2007도2590)나 입에 머금은 들기름을 차량에 뱉은 행위(창원지법 2019노2503)는 비교적 원상회복이 쉽다는 이유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차량에 '개의 변'을 투척해 세차비 15만 원이 발생한 사건(수원지법 2020고정1406)과 '인분'을 묻힌 사건(대전지법 2024고단2278)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페인트가 든 계란을 던져 수백만 원의 수리비가 나오게 한 경우(광주지법 목포지원 2025고단356)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는 단순히 더럽히는 수준을 넘어 원상회복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고, 소유자가 불쾌감으로 인해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물손괴 아니어도…'10만원 이하' 경범죄는 가능
만약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현직 경찰관의 예상처럼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차량을 '더럽히거나 훼손'한 행위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9호(광고물 등 무단부착)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물건을 던지는 위험한 행위 자체로도 같은 법 제3조 제1항 제23호(물건 던지기 등 위험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두 조항 모두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결국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남의 차량에 무엇이든 던지는 행위는 그 결과에 따라 무거운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