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필 변호사 칼럼 (2)] 난방열사 김부선 떠오르는 입주자대표회의 분쟁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권형필 변호사 칼럼 (2)] 난방열사 김부선 떠오르는 입주자대표회의 분쟁

2019. 06. 07 21:41 작성
권형필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jeremy.kwon@llclogos.com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이미지출처 : 셔터스톡

배우 김부선 씨의 난방열사 사건 이후 입주자대표회의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대표 및 회장 해임 사건이다.


사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동대표 해임 사건은 소송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회장이나 동대표가 얻는 경제적 이익은 크지 않다. 거의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해임된 당사자의 명예와 다수 입주자에 대한 감정적인 문제가 결합된, 다소 특수한 유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필자는 아무 사건이나 무작정 수임하는 편이 아니고 다소 사건을 고르는 성격인데, 승소해도 별다른 경제적 이익이 없는 사건은 수임을 되도록 지양한다. 의뢰인의 반응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승소하여도 허탈한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대표 등의 해임 사건은 특히 법리 등을 구사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가급적 충분한 수임료를 받아야 하나, 별다른 경제적 이익을 얻지 않는 의뢰인은 승소한 이후에도 투덜거리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동대표 해임 사건을 수임할 때는 일부러 수임료를 좀 과다하게 요청하여 의뢰인 스스로 수임을 포기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래 사건은 우여곡절 끝에 수임하여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사안이라 소개한다.

사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뢰인은 해당 동에서 해임된 후 해임무효확인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이었다. 상대방은 소송의 승패가 부담스러웠는지 해임 이후 보궐선거 절차를 진행하지 않다가 1년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재투표 절차까지 거쳐 없는 후보자를 기어이 만들어서 보궐선거를 진행하였다.


이는 본안 소송의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상대방이 진행하고 있는 보궐선거에 대해 선거절차 중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선거절차 중지가처분 사건은 선거절차가 종료되면 가처분의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가처분 신청할 당시 심문기일 지정신청서를 함께 제출하고, 재판부는 투표 절차 전날 또는 이틀 전 심문기일을 지정하여 곧바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사건 역시 심문기일 다음날이 해임 투표일이었기 때문에 심문기일 당일 결정되어야 하는 급박한 상태에서 그 절차가 진행되었다.


심문기일이 되자 재판부는 30분 정도 양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했다. 그런 뒤 “기존 해임 절차가 어느 정도 하자가 있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선거절차 중지가처분 사건의 특징은 현재의 선거절차 자체에 하자가 존재해야 하는데 그런 하자가 과연 존재하는지 여부는 의문”이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패소 비슷한 뉘앙스를 주었다.


게다가 11시 30분에 심문기일이 종료하였는데 “당일 오후 두시까지 이에 대한 반박을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나온 자료를 토대로 결정하겠다”고 말씀하는 것이었다.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그 순간엔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불현듯 지난 사건에 사용했던 관련 법리가 뇌리를 스쳤다.


현재의 선거절차에 하자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 전제가 되는 해임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한다면 이를 원인으로 진행된 현재의 보궐선거절차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는 법리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점심도 먹지 않은 채 곧바로 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했다.


결국 “기존 해임 절차 자체에 대한 부적법함이 명백하였고 이를 전제로 진행된 현재의 보궐선거절차는 그 자체로 하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의 보궐선거 절차는 중지하여야 한다”는 재판부의 결정을 곧바로 받아내었다.


심문기일 때 재판장 태도를 보고 패소를 예감하며 풀이 죽어있던 의뢰인은, 불과 5시간 만에 이 같은 승소 결정문을 보고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본안 소송 역시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현재 그 의뢰인은 새로운 선출절차를 통하여 동대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의뢰인이 억울함을 풀게 되어 다행이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