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vs 킥보드' 인도에서 충돌…킥보드 운전자는 무면허라면, 배상 책임은?
'자전거 vs 킥보드' 인도에서 충돌…킥보드 운전자는 무면허라면, 배상 책임은?
자전거 운전자는 '괜찮다'더니 합의 조건 변경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아들 B군은 최근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몰다 사고를 냈다. 서울의 한 사거리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중학생 C군과 부딪힌 것이다.
사고 직후 B군이 괜찮냐고 묻자 C군은 괜찮다며 자전거를 끌고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그날 저녁 C군은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부모와 함께 병원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아들의 무면허 운전 사고인 만큼 서둘러 합의에 나섰다. 치료비 등을 포함해 200만원에 사건을 마무리 짓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C군의 부모는 합의는 하겠지만, 조건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C군 측의 요구대로 합의했다가 나중에 더 큰 배상 요구에 시달리게 될까 봐 불안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00만원에 끝내려던 합의…'자연치유 문구 빼고, 합의서도 2개로 나눠라'
A씨의 아들 B군은 최근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서울의 한 사거리 인도를 달리다 자전거를 타던 중학생 C군과 충돌했다.
B군이 상태를 묻자 C군은 괜찮다며 떠났지만, 귀가 후 어지러움을 느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C군의 부모는 관할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A씨에게 "무면허 운전 사고라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고 '자연 치유 중'이라는 확인을 받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했다.
이에 A씨는 C군 측에 합의금 200만원을 제시하며 '자연 치유 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더는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안했다.
하지만 C군의 부모는 아래 내용을 언급하며 200만원으로는 합의할 수 없으니 최종안을 제시해달라고 답했다.
- 사고 이후 정형외과와 도수치료를 추가로 받았으니 '자연치유' 문구를 삭제
- 형사합의서와 민사합의서를 분리해 작성
- '형사합의금은 민사와 별개'라고 명시해달라고 요구
- 사고와 인과관계가 확인되는 후유증은 나중에 따로 배상
- 아이가 사고 후 자전거를 무서워하게 됐다는 점도 강조
'합의하면 처벌 면한다'는 경찰 말, 사실일까?
변호사들은 경찰의 안내가 법적으로는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면허 운전 중 발생한 인명 사고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성진 김진아 변호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무면허운전을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소제기가 가능한 예외사유로 두고 있다"며 "경찰이 설명한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는 기소유예 등 선처 가능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도 "무면허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 상해사고가 발생했다면 도교법 위반과 교특법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며 "특히 무면허는 중대한 위반 사유여서 피해자의 처벌불원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다만,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는 검찰의 기소 여부나 법원의 양형 판단에 가장 중요한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한다.
사고 직후 C군의 상태를 확인하고, C군이 떠난 뒤에도 4~5분간 현장을 지켜본 CCTV 영상이 있다는 점은 B군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법무법인 쉴드 정진욱 변호사는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고 지켜본 정황은 도주 고의를 부정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형사합의는 민사와 별개' 조항, 그대로 수용했다간
변호사들은 C군 측이 요구한 합의 조건이 대부분 법적으로 타당하고 통상적인 절차에 해당한다고 봤다. 실제 추가 치료를 받은 만큼 '자연치유' 문구를 삭제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합의서를 분리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민사합의서와 형사합의서를 분리하고 형사합의금을 민사와 별개로 명시해 달라는 요구도 실무상 흔히 이루어지는 방식"이라며 "형사합의금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에 대한 대가의 성격이고, 민사 손해배상은 치료비 등 실제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므로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조항은 A씨에게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형사합의금은 민사와 별개'라는 문구와 '후유증 발생 시 별도 배상' 조항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해솔 유종민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 위험으로 "피해자 측의 요구대로 '형사합의금은 민사와 별개'로 명시하면 향후 민사소송에서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에서 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200만원을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했더라도, 나중에 있을 민사소송에서 이 금액을 제외하지 않고 손해액 전액을 다시 배상해야 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도 "향후 후유증에 대하여 별도 배상을 폭넓게 인정하는 문구는 다른 문제로, 이러한 내용을 별다른 제한 없이 수용하면 형사합의를 하고 금원을 지급한 뒤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범위를 둘러싼 추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호사들 "실제 치료비 확인 후, 합리적 최종안 제시해야"
변호사들은 C군 측의 요구가 여러 차례 조정을 거치기보다 정리된 최종안을 한 번에 제시해달라는 것인 만큼, 신중하게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C군 측에 치료비 영수증과 지출 내역 공유를 요청해 실제 손해액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장원 로펌 장원택 변호사는 "상대방이 추가 치료를 받았다면 굳이 '자연치유' 문구를 고집하기보다는 실제 치료내역을 확인하고 합의금과 치료비 범위를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치료비 전액에 더해 C군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위자료)을 포함한 최종 합의금을 산정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무법인 세림 김환 변호사는 합의서 작성 시 "후유증은 객관적으로 인과관계가 확인된 범위인지 명시해야 한다"며 향후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