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합의금 삼키고 '또 소송'…'합의서의 배신'에 법조계도 '황당'
1억 합의금 삼키고 '또 소송'…'합의서의 배신'에 법조계도 '황당'
부정행위 대가로 1억 원을 지급했지만, 합의서에 '고소 금지'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추가 소송을 예고받은 남성. 법률 전문가들은 '추가 합의는 불필요하며, 소송 시 기각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간 문제로 1억 원을 지급하고 합의했으나, 상대방이 합의서에 '부제소 합의' 문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추가 소송을 예고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억 원 합의서에 '고소 금지' 네 글자 없다고 또 돈 내놓으라는 요구, 법적으로 가능할까.
1억 원을 주고 모든 것을 끝냈다고 믿었다. 그러나 한 달 뒤,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합의서에 그 말은 없지 않냐'는 조롱 섞인 통보와 또 다른 소송의 예고였다.
부정한 관계의 대가로 상대방 남편에게 거액을 건네며 분쟁의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1억 줬는데 또?"…'글자 하나'로 뒤집힌 합의
사연의 주인공인 남성은 상간 문제로 상대 여성의 남편에게 1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통상적인 상간 소송 판결 금액(1천만~3천만 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로, 모든 법적 책임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상대 남편은 합의서에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이른바 '부제소 합의' 문구가 없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그는 이를 근거로 다시 소송을 걸겠다며 남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황당한 상황'이라면서도 '추가 합의는 절대 금물'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돼 형사 처벌은 불가능하므로, 상대방이 언급한 '고소'는 사실상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인 '상간 소송'을 의미한다. 법무법인 유안의 안재영 변호사는 "상간 행위에 대한 형사고소는 불가능하다"며 "추가 합의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법률사무소 창신의 강민경 변호사 역시 "1억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것은 추후 일체의 법률상 분쟁을 하지 않기 위한 목적임이 명백하다"며 "상대방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청구 기각 판결을 받으면 되는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제3자에 알리면 5억'…합의서 속 '조커 카드' 꺼낼 때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조커 카드'는 남성에게 있었다. 바로 합의서에 명시된 '비밀유지 의무'와 '위약벌(계약 위반 시 물어야 하는 벌금)' 조항이다. 합의서에는 "이 사건을 제3자에게 알리지 않으며, 이를 어길 시 합의금의 5배(5억 원)를 배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상대방의 '소송 제기' 행위 자체가 '제3자(법원)'에게 사건을 알리는 행위이므로, 위약벌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순례 변호사는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하면, 5억 원의 약정금을 청구하는 맞소송(반소)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소송 행위는 필연적으로 제3자에게 사실관계를 알리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위약벌 조항에 저촉될 수 있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이를 먼저 경고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다만,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비밀유지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어 실제 소송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겁먹지 말고 정면으로"…법조계 '추가 합의는 독'
결론적으로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였다. "두려워 말고, 당당하게 법적으로 대응하라." 섣부른 추가 합의는 상대방의 부당한 요구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또 다른 요구의 빌미를 줄 뿐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미 1억 원을 지급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어 법원이 추가 배상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무조건 다시 합의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며 "상대방의 행동이 위약에 해당하는지 법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억 원이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냈지만, 합의의 정신을 저버린 상대방의 탐욕 앞에서 이제 그는 법의 방패를 들고 정면으로 맞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