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불법 제지'냐, '범죄 구원'이냐? 캄보디아行 막힌 20대
경찰의 '불법 제지'냐, '범죄 구원'이냐? 캄보디아行 막힌 20대
출국 목적 함구 20대, 텔레그램 '대포통장' 모집 의혹

인천공항서 검문검색 / 연합뉴스
캄보디아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20대 남성 A씨가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의 불심 검문을 받고 출국이 전격적으로 제지됐다. 경찰이 "출국 목적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으나, A씨는 "왜 막느냐, 나가야 한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함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은 16일 오후 6시 30분께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탑승 게이트 앞에서 발생했다.
경찰은 A씨의 수상한 태도와 캄보디아 현지의 위험성을 들어 출국을 막았고, A씨를 공항경찰단 수사과 사무실로 데려와 출국 목적 등을 확인하는 내사(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이러한 경찰의 조치는 곧바로 범죄 조직 연루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날 오후 7시 35분께 텔레그램에서 운영된 이른바 '대포통장' 모집 대화방에 "출국 실패 내일 2명 일요일 1명 다 취소해야 하네 일단"이라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해당 범죄 조직의 일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검토 중이다.
A씨가 경찰의 계속된 질문에도 별다른 답변 없이 함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관계자는 "해당 글 작성자와 A씨가 동일인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계속해서 추궁하면서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출국 제지'와 '추궁', 법적으로 문제없나?
A씨의 출국을 제지하고 사무실로 동행하여 장시간 '추궁'하는 경찰의 조치는 법적 근거와 한계에 대한 심각한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발 해외 취업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조직범죄 연루가 의심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경찰이 적법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출국 제지 권한, 경찰에겐 없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개인의 출국을 제지할 법적 권한이 없다. 개인의 해외여행 자유를 제한하는 출국금지는 법무부장관의 고유 권한이며, 수사기관이라 할지라도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는 경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단순히 출국 목적을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A씨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경찰이 단독으로 A씨의 출국을 장시간 제지한 것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며, 헌법상 해외여행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판단될 여지가 매우 크다.
불심검문과 '임의동행'의 한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근거한 불심검문은 범죄 혐의가 있거나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질문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러나 출국 자체를 장시간 막는 행위는 불심검문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경찰이 A씨를 수사과 사무실로 데리고 온 조치는 임의동행에 해당한다. 임의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언제든지 이를 거절할 수 있고, 경찰은 동행 전 이를 알려주어야 한다.
기사에 '데리고 왔다'는 표현으로 볼 때, A씨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동행이었는지, 거부권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만약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위법한 체포 또는 구금이 될 수 있다.
'추궁'에 대한 함구,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
현재 A씨가 경찰의 계속된 질문에도 함구하고 있는 것은 진술거부권이라는 정당한 권리 행사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역시 질문을 받거나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에게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에 대한 범죄 혐의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아 '내사' 단계에 머물러 있음에도 경찰이 '계속해서 추궁'하는 것은 임의수사의 한계를 벗어날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혐의가 있다면 정식으로 입건하여 피의자로서의 권리(변호인 선임권 등)를 보장해야 하며, 내사라는 명목으로 실질적인 강제수사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법적 절차 무시하면, 경찰이 '역풍' 맞는다
경찰의 조사가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될 경우, 추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국가배상 책임: 법적 근거 없는 출국 제지 및 장시간 조사로 인해 A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될 수 있다. 법원은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경찰의 제지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 위법수집증거 배제: 만약 위법한 출국 제지 및 동행 과정에서 A씨로부터 자백이나 증거를 수집했다면, 이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
- 공무집행방해죄 불성립: A씨가 경찰의 위법한 제지 행위에 저항하였다 하더라도, 경찰의 공무집행 자체가 위법한 경우라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
경찰은 현재와 같이 구체적 혐의 없이 A씨를 계속 추궁하기보다는, 즉시 조사를 중단하고 출국을 허용하거나, 범죄 혐의가 있다면 정식 입건 및 긴급출국금지 요청 등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