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행에 맞섰는데 피해자는 징역 6월, 가해자는 벌금 구형한 검찰…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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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폭행에 맞섰는데 피해자는 징역 6월, 가해자는 벌금 구형한 검찰…법원 판단은?

2022. 02. 21 12:04 작성2022. 02. 21 12: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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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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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보호하려고 무차별 폭행남에 맞대응⋯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검찰은 가족 지키려던 가장에 징역형, 무차별 폭행 시작한 남성엔 벌금형 구형

법원 '무죄' 선고⋯"상대방 다치게 했지만, 방어행위였다"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방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맞섰다가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그는 어린 자녀들을 보호할 생각뿐이었지만, 검찰은 그에게 무차별 폭행범보다 더 높은 형을 구형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해 여름, 한 40대 가장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만취 상태인 여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이 남성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약 10분 동안 맞고만 있었다. 가해 여성을 방어하다가 신체 접촉이라도 생기면 성범죄 가해자로 몰릴까 봐 우려 했기 때문이다. 맞대응 했다가 쌍방폭행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한 남성. 이유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상대방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맞섰다가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어린 자녀들을 보호할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에게 징역 6개월을, 먼저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남성 A씨에게는 그보다 가벼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검찰의 구형이었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가장은 1심·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정당방위를 인정받으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현직 변호사였다.


해가 진 밤, 산책 중 초등학생 딸과 부딪힌 남성이 주먹을 휘둘렀다

법률사무소 우영의 박인준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우영의 박인준 변호사. /로톡DB

사건은 지난 202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저녁 무렵. 사건 당사자인 박인준 변호사(법률사무소 우영)는 어린 두 자녀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옆을 지나가던 20대 남성과 초등학생 딸이 세게 부딪히는 일이 벌어졌다. 그 충격으로 딸이 "아"하고 소리를 지르자, 박 변호사는 A씨에게 "뭡니까?"라고 물었다.


그런데 A씨는 갑자기 "미친 XXX"라고 욕설을 하면서 박 변호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폭력을 휘두르는 A씨를 A씨의 어머니가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공격을 당한 박 변호사는 이제 자신의 자녀들까지 해코지를 당할까 걱정이 됐다.


게다가 차량이 오가는 차도로 자신을 밀어내는 A씨의 행동에 위협도 느꼈다. 이에 박 변호사는 A씨에 맞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휴대전화로 "(먼저 때린 것) 인정하냐"는 대화를 녹음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증거확보가 중요한 걸 아니까, 본능적으로 녹음 기능을 켰다."


먼저 폭력 휘두르고는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주장한 가해자

결론적으로 이 녹취록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주변에 CC(폐쇄회로)TV가 없었던 상황. 그리고 재판에 쌍방폭행 혐의로 넘겨진 A씨는 오히려 박인준 변호사에게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 폭행 가해자로 처벌 될 수도 있었다. 더욱이 검찰이 박인준 변호사에게는 징역형을, A씨에게는 벌금형을 구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녹음한 파일에는 A씨의 어머니가 "(먼저 때린 것을) 인정한다"고 말하는 등 사건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재판부는 A씨가 박 변호사를 먼저 폭행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부인하는 점 등을 불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박 변호사의 방어 행위로 인해 다친 점과 초범인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했다.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해 박인준 변호사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봤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1심 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해 박인준 변호사의 행동이 정당방위라고 봤다. /그래픽 = 조소혜 디자이너


그리고 박인준 변호사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정당방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는 해가 진 후 깜깜한 상태였고 ▲A씨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공격을 하고 차도로 넘어뜨린 점 등을 고려해 박인준 변호사의 맞대응을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어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CCTV가 없는 상황에서 법률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런 피해를 겪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이어 "녹취라도 하지 않았다면 상해 혐의로 꼼짝없이 처벌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심에서는 정당방위 인정돼 무죄⋯2심에서는 '면책적 과잉방위'로 무죄

하지만 재판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측도 박인준 변호사에 대한 1심 판단(무죄)을 문제 삼아 항소했다. 박 변호사의 행동은 상당성을 초과한 '과잉방어'이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해달라는 입장이었다.


상당성이란 정당방위를 구성하는 요건 중 하나로 공격에 따른 대응이 합당해야 한다는 의미. 예를 들어 흉기로 찌르려는 상대방을 주먹으로 막으면 정당방위지만, 반대로 주먹으로 때리려는 상대를 흉기로 찌르면 안 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과잉방어로 인정 될 경우는 박 변호사는 처벌이 될 수도 있었다. 정도를 초과한 방어 행위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준 변호사는 1심⋅2심⋅3심 내내 무죄 판단을 받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박인준 변호사는 1심⋅2심⋅3심 내내 무죄 판단을 받았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이에 대해 2심을 맡은 수원지법 재판부는 다시 한번 박인준 변호사에게 무죄 판단을 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 변호사의 행동을 정당방위가 아닌 '면책적 과잉방위'라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재판부는 "A씨의 피해 정도를 보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면서도 "피고인(박인준 변호사)으로서는 A씨가 자녀들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공포, 당황, 흥분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형법 제 21조 제3항에서 정한 면책적 과잉방위로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야간에 공포, 경악 등으로 인해 방어 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한번 무죄를 받은 박인준 변호사. A씨와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기각하면서 이 형은 확정됐다.


박인준 변호사는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던 일련의 과정을 '사법적 투쟁'이라고 표현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의 구형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묻지마 폭행이 있으면 그냥 얻어맞으란 소리"라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어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런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변호사인 내가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끝까지 법적인 판단을 받은 이유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에서 위험한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며 "1심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한 이유가, 묻지마 폭행에 대해 울리는 경종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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