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7)]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17)] 계약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청약과 승낙, 그리고 구속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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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다양한 계약을 하면서 살고 있다. 매매계약부터 운송계약, 그리고 임대차계약까지. 그리고 이 계약은 체결했으면 지켜야 한다. /셔터스톡
우리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이 계약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커피집에 가서 라떼 한 잔을 사 들고 나오면 매매계약이고, 회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여객운송계약, 회사에서 보너스로 받은 현금을 은행 계좌에 넣으면 예금계약, 아들 생일 선물을 사려는데 지갑이 텅 비어서 동료 직원에게서 돈을 꾸면 소비대차계약, 신혼살림을 차리려고 아파트를 구해보라고 친구에게 부탁하면 위임계약, 구한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기로 하였으면 임대차계약 등등,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계약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이처럼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계약은 어떻게 체결하는가? 계약이란 체결하는 쌍방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일치하면 맺어진다. 예를 들어, 먼저 보석 반지를 300만원에 팔겠다고 제의하는 것을 '청약'이라 하고, 상대방이 그 반지를 그 금액에 사겠다고 동의하는 것을 '승낙'이라 한다. 이처럼 한 당사자의 청약에 대하여 다른 당사자가 승낙하면 계약은 성립한다.
만일 반지를 사려는 사람이 300만원은 너무 비싸니 200만원에 사겠다고 하면 이 의사표시는 새로운 청약이 된다. 그에 대하여 파는 사람이 200만원은 안 되고 250만원에 팔겠다고 하면 또 새로운 청약이 된다. 그에 대하여 사는 사람이 승낙을 하면 보석 반지를 250만원에 사고팔기로 하는 계약이 체결된다.
청약은 계약의 내용이 되는 사항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보석 반지를 가격도 제시하지 않고 팔겠다고 광고하는 것은 청약이 아니다. 이는 살 사람이 사겠다고 해도 계약의 내용이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청약의 유인', 즉 상대방으로 하여금 청약하도록 이끄는 행위이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200만원이면 사겠다고 하면 이 의사표시가 청약이 된다.
청약자는 청약을 함부로 철회거나 변경할 수가 없다. 청약을 받은 사람은 승낙함으로써 바로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는데, 청약자가 임의로 청약을 받은 사람의 이러한 법적 지위를 해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청약자가 승낙의 기한을 정한 경우, 그 기간이 지나면 청약을 철회나 변경할 수 있다.
계약을 할 때 꼭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가? 법적으로 대부분의 계약은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만 있으면 성립한다고 본다. 이를 합의만으로 성립한다고 하여 낙성(諾成)계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나중에 계약을 체결했는지, 그 계약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생길 때에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명확한 증거를 남기기 위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계약서를 작성하면 소송과 같은 다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계약을 할 때 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거래 관행으로 대부분 계약금을 지급하지만, 이를 지급해야 계약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금은 해약금과 위약금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해약금이란 계약금을 지급한 당사자는 이를 돌려받는 것을 포기하여, 그 상대방은 받은 금액의 두 배의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가 있도록 정한 금액이다. 위약금은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에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이를 지급한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계약이 해제되어도 그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상대방이 위반한 경우에는 두 배의 금액을 지급하게 된다. 이러한 불이익 때문에 계약 위반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계약을 체결하였으면 이를 지켜야 한다. 이를 뜻하는 로마법상의 격언 "pacta sunt servanda"는 21세기의 법학도들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이 원칙을 가장 철저히 관철한 로마에서는 계약을 위반한 채무자를 노예로 삼기도 했다. 동양에서도 빚을 갚지 않고 죽으면 채권자 집에 소로 태어나서 평생 그 빚을 갚게 된다는 말도 전해온다. 오늘날의 법도 계약에는 강한 구속력을 부여한다. 계약을 지키지 않은 행위는 위법한 행위여서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강제당하고, 상대방에게 손해가 생겼으면 배상의무까지 지우니 명심할 일이다.
Pacta sunt servan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