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자고 있는데…맘대로 잔금 1% 보내고 '내 집' 주장한 매수인
집주인 자고 있는데…맘대로 잔금 1% 보내고 '내 집' 주장한 매수인
계약금 보내고도 아파트 매매 어그러질까 맘 급해진 매수인
잔금일까지 3개월도 더 남았는데⋯매도인 잠든 시간에 '잔금 일부'라며 돈 송금해
"잔금 받았으니 소유권 이전해줘야" 주장했지만⋯법원은 "그럴 수 없다" 집주인 손 들어줬다

아파트 매매계약이 깨질까 봐 두려워, 계약 다음 날 아침 잔금 일부를 보낸 매수인. "일단 중도금이나 잔금을 보내고 나면 함부로 계약을 깰 수 없다"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계약 깨질까 봐 걱정되면 중도금 먼저 넣으세요" "잔금 일부라도 먼저 입금해요"
치솟는 집값에 부동산 계약과 관련된 정설(定說)이 있다. 집주인에게 중도금이나 잔금 일부를 미리 입금하면, 집주인이 마음이 바뀌어도 계약을 깰 수 없다는 것. 실제로 법원은 '계약 이행의 착수' 시기에 돌입하면, 거래 당사자 한쪽이 맘대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은 다음 날, 집주인(매도인)에게 잔금의 약 1%를 보낸 한 사람이 있다. 그러고 나서는 "계약 파기는 불가"라고 주장했다. 계약금만 주고받은 단계에선 집주인이 그 배액을 물어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자신은 잔금을 보냈으니 이제 그럴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이 매수인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김포한강신도시 주변 아파트를 매수하게 된 A씨. 집값의 10%인 4400만원을 계약금으로 보냈지만, 좀처럼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인근에 개발 호재가 많아 집값이 계속 들썩이고 있었기 때문. 주변에선 집주인이 매수인에게 계약금을 배액으로 물어주고라도, 매물을 거둬간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다.
이에 불안해진 A씨는 일방적으로 집주인에게 돈을 더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계약 이튿날 이른 아침, 일방적으로 돈 600만원을 집주인 통장으로 보냈다. '잔금 일부'라는 메모도 함께 남겼다. 사실상 집주인에게 "계약금에 일부 잔금까지 받았으니,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통보한 셈이다.
하지만 결국 집주인은 A씨에게 계약 해제 의사를 전했다. 그리곤 A씨로부터 받았던 계약금의 2배에, 잔금 일부라고 보낸 600만원까지 합쳐 모두 돌려줬다. A씨는 이에 "일부라도 잔금을 받았으니, 집주인 맘대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두 사람은 법정까지 가게 됐다.
일부 잔금을 받았으니, 나머지 잔금을 받고 본래 계약대로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A씨.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9일,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2단독 송중호 판사는 A씨가 아파트 매도인을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 A씨가 계약 체결 다음 날 잔금의 1.5%에 불과한 600만원을 일방적으로 입금한 상태"라며 "이는 집주인이 잔금을 받기 전까지 청구할 수 있었던 계약해제권을, 잠든 시간까지 포함해 단 10시간 만에 소멸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계약 다음날 0시 1초가 지나서 1원을 송금해도 매도인인 피고의 해제권이 상실된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상적인 계약 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송 판사는 말했다.
더욱이 두 사람이 매매계약을 맺을 때, "잔금일을 조정하려면 현재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임차인과 협의를 해야한다"는 특약을 넣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잔금 지급 시기를 앞당긴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송 판사는 "집주인이 3개월 넘게 남은 잔금 기일 이전에, A씨를 상대로 계약해제권을 행사한 것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