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지능 60대 조카, '둔기살해 혐의' 항소심도 무죄
7세 지능 60대 조카, '둔기살해 혐의' 항소심도 무죄
'30년 동거' 삼촌 살해 혐의, 법원 "통상적 저항 흔적 없어"
사체 혈흔·DNA 증거력 부족

수원법원 종합청사 / 연합뉴스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삼촌을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조카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검찰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기각했다.
수원고등법원 형사2-3부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60대)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경기 수원시 주택에서 함께 살던 삼촌 B씨(70대)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B씨의 시신은 같은 해 2월 7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의해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집 베란다에서 이불에 싸인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검거 당시 자신의 방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와 피해자 B씨는 B씨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30여 년간 동거해왔으며, A씨는 7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횡설수설하는 등 제대로 된 진술을 이어가지 못했다.
법원, 살인죄 유죄 입증의 핵심 쟁점을 모두 '의문'으로 판단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유죄의 증명에 필요한 핵심 쟁점들, 즉 직접증거의 존재, 범행 도구의 입증, 사망 원인의 명확성, 제3자 범행 가능성 등에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1. "직접 증거가 없다"
재판부는 A씨가 삼촌 B씨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목격자나 물적 증거가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검사가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 기본적인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2. "통상적 저항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피해자의 사인이 '다발성 손상'으로 추정되는데, 만약 A씨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면 "통상적으로 저항 흔적이 나타나야 하는데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피해자가 입은 상처들이 "주거지에서 어딘가에 부딪히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했을 수 있고" 피해자가 이러한 상처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않은 점도 사망 원인으로 배제하기 힘들다"며, 사망이 피고인의 폭행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었다.
3. "범행 도구 지목된 물건에서 혈흔·DNA 발견되지 않아"
검찰은 집안에 있던 십자드라이버와 전기포트를 범행 도구로 지목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 물건들의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는 피고인 A씨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고,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이 주장하는 도구들이 실제 범행에 사용되었는지, 또는 피고인과 연관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4. "제3자의 범행 가능성 완전히 배제 못 해"
재판부는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또 다른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피고인 A씨를 범인으로 단정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범행했을 가능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배제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합리적 의심의 배제' 원칙... 유죄 심증만으로는 처벌 불가
이번 항소심 판결은 '증거재판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한 결과로 풀이된다.
형사 재판에서 법관이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진실하다는 확신에 이르지 못한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A씨가 7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점 또한 고려할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적 능력이 낮은 피고인의 경우, 범행 능력은 물론이고 범행 후 시신 은닉 등 증거 인멸에 대한 합리적이고 치밀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앞서 1심에서 징역 20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