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하고도 ‘뒤통수 맞았다’는 팀장…회사는 아무 조치 없었다
성희롱하고도 ‘뒤통수 맞았다’는 팀장…회사는 아무 조치 없었다
9개월간 20차례 성희롱 이어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의 고통은 2024년 10월 시작됐다. 팀장은 A씨를 상대로 “신체 부위가 작다”는 모욕적 발언을 반복했다. 심지어 “너는 일회용 성인용품을 여러 번 잘라서 사용해도 되겠다”는 등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을 9개월간 20회 넘게 일삼았다.
결국 A씨는 회사에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회사가 내린 조치는 “둘이 만나서 얘기하지 말라”는 소극적 지시였다. 이 무력한 조치는 팀장을 막지 못했다.
팀장은 보란 듯이 A씨를 찾아와 “배신감이 든다”, “뒤통수 치려고 한 거 같다”며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A씨가 10년간 앓아온 불면증은 수면제 없이는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고, 극심한 두통은 일상이 됐다.
가진 건 녹취뿐, 법정에서 이길 수 있을까
A씨의 손에는 팀장 스스로 성희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 있다. 동료가 성희롱 사실을 들었다고 확인해주는 카카오톡 대화도 확보했다. 문제는 동료들이 팀장과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며 법정 증언을 꺼린다는 점이다. 결정적 증거는 있지만 증인이 없는 상황, A씨는 홀로 싸워 이길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녹취 파일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팀장이 직접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녹음파일은 소송에서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실이 증명된다면 700만~1500만 원 사이의 위자료가 현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며 “지속적이고 악의적인 정황이 입증되면 그 이상의 배상액 청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방관한 회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더 큰 문제는 회사의 미흡한 대응이다. 직원의 고충 신고를 받고도 사실상 방치해 2차 가해에 노출시킨 회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변호사들은 회사를 상대로도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피용자(직원)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이나 사무집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일 때에는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며 “회사에 대해서도 민법 제756조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조치가 ‘만나지 말라’는 수준에 그친 점,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아 2차 가해가 발생한 점은 회사의 책임을 묻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노동청에 직장 내 성희롱 진정을 병행하면 회사를 압박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