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남편의 '생활비 갑질'…변호사 "이혼 안 해도 월급 압류 가능"
대기업 임원 남편의 '생활비 갑질'…변호사 "이혼 안 해도 월급 압류 가능"
별거 중이라도 부부간 부양 의무는 유효
과거 양육비까지 청구 가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차피 곧 이혼할 건데, 왜 지금 돈을 줘야 하느냐. 억울하면 법적으로 해라."
대기업 임원인 남편이 집을 나가며 남긴 말은 차가웠다. 결혼 10년 차 전업주부 A씨의 삶은 그날부로 무너졌다. 남편은 1년 전 "잠시 떨어져 결혼 생활을 생각해 보자"며 회사 앞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겼다. 처음 몇 달간은 생활비를 보내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연락도 송금도 뚝 끊겼다.
아이들의 사립학교 학비와 당장 먹고살 식비까지 모두 A씨의 몫이 됐다. 10년 경력 단절 끝에 부랴부랴 구한 직장의 월급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벅찼다. 아이들의 학원을 하나둘 끊으며 피눈물을 삼켰지만, 남편은 요지부동이었다.
A씨는 이혼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당장 아이들과 살기 위해선 돈이 절실하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낼 방법은 없을까.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 같은 경제적 유기 상황에 놓인 아내의 사연과 이에 대한 법적 해법이 다뤄졌다.
별거 중이라도 부양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핵심은 이혼 소송을 하지 않고도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법적으로 이를 '부양료 청구'라고 한다.
방송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홍수현 변호사는 "부부간 부양 의무는 상대방의 생활을 자기와 같은 수준으로 보장해 부부 공동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라며 "법원은 이를 혼인 관계의 본질적인 의무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남편이 집을 나갔거나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파탄 상태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남남이 되기 전까지는 부양 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는 "화목한 생활을 바라는 A씨의 경우라면 당연히 상대방에 대하여 부양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원비·의료비도 청구 대상… 과거 생활비도 받을 수 있나?
그렇다면 남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단순히 식비 정도일까. 법원은 그 범위를 꽤 넓게 보고 있다.
홍 변호사는 "단순히 의식주에 필요한 비용뿐만 아니라 의료비, 교제비, 자녀에 관한 양육비 등도 포함된다고 본다"고 했다. 따라서 A씨는 자녀들의 학원비나 교육비 명목의 돈도 남편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남편이 돈을 끊은 지난 기간의 생활비, 즉 과거 부양료다. 원칙적으로 부양료는 청구한 시점 이후부터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A씨처럼 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홍 변호사는 "실무에서는 부양료에 사실상 미성년자 양육비가 포함된 경우, 이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보고 과거 부양료를 인정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자녀의 생존권과 직결된 양육비의 성격을 고려해, 지나간 기간의 비용도 소급해서 받을 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억울하면 법대로?… 법원 결정문 받아 강제해야
남편이 "법대로 하라"고 배짱을 부린다면, 실제로 법의 힘을 빌리면 된다. A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원에 '부양료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다.
법원은 남편의 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 등을 고려해, 별거 상태가 해소되거나 혼인 관계가 끝나는 날까지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한다. 이 결정문은 남편의 급여를 압류하거나 강제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된다.
홍 변호사는 "A씨는 법원에 남편이 A씨에게 월 일정액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을 수 있다"며 "통상 미성년자 자녀가 있다면 양육비 지급 청구로 진행하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