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PT 환불 '0원' 통보…'정상가 꼼수'는 불법
헬스장 PT 환불 '0원' 통보…'정상가 꼼수'는 불법
법원 '실제 결제액 기준 환불' 원칙 재확인…계약서 깨알 글씨 '정상가' 조항,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 가능성 커

A씨가 회당 6만원에 계약한 PT를 중도 해지했더니, 헬스장 측은 '정상가 9만원'이라며 환불금 0원을 통보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회당 6만원에 계약한 PT, 해지했더니 '정상가 9만원'이라며 환불금 0원을 통보한 헬스장의 '꼼수'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큰맘 먹고 등록한 헬스장 PT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도 해지하려다 '환불금 0원' 통보를 받는 황당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해지 시에는 '정상가'를 적용해 위약금을 부풀리는 영업 방식에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불공정 약관'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웃으며 할인해주더니...해지하려니 '정상가 폭탄'
직장인 A씨는 집 근처 헬스장에서 PT 30회를 등록했다. 회당 6만 6천원, 총 198만원을 결제하며 '이번엔 기필코 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회사 발령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딱 12번의 수업만 받고 눈물을 머금고 환불을 요청했다. 당연히 남은 18회분(약 118만원)에서 위약금 10%를 제외한 금액을 돌려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A씨의 귀에 박힌 건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였다. "환불해 드릴 금액은 0원입니다."
헬스장 측은 계약서의 깨알 같은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환불 시에는 계약 당시 할인가(6만 6천원)가 아닌 회당 정상가 9만 9천원이 적용됩니다. 이용하신 12회 비용을 정상가로 계산하면 118만 8천원이고, 여기에 위약금 10%(19만 8천원)와 별도 사용료까지 공제하면 오히려 고객님이 돈을 더 내셔야 할 판입니다." A씨는 "계약할 땐 정상가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이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명백한 사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깨알 글씨 '정상가' 조항, 법원 가면 '무효' 딱지 붙는 이유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법정으로 갈 경우 헬스장이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 근거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이다. 이 법은 사업자가 계약서의 중요한 내용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고 '무효'로 판단한다.
김경태 변호사는 "계약 당시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정상가 환불' 조항은 고객의 정당한 해지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이라며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일종의 '환불 가이드라인'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역시 환불금은 소비자가 실제 지불한 돈을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환불은 실결제액 기준"...꼼수엔 철퇴
사법부의 판단은 확고하다. 대법원은 과거 유사 사건에서 "소비자가 실제로 결제한 금액이 아닌,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정상가'를 기준으로 환불금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못 박은 바 있다(대법원 2015다222654 판결).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해지 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며, 모든 계산은 '실제 결제액'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헬스장이 주장하는 '사용료' 같은 정체불명의 추가 공제 항목 역시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이진훈 변호사는 "법이 정한 위약금(총 이용금액의 10%) 외에 사업자가 임의로 '카드수수료', '사용료' 등의 명목을 만들어 공제하는 것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내 돈 돌려받는 '3단계 필승법'...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만약 A씨처럼 부당한 '환불 0원' 통보를 받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호사들은 3단계 대응법을 조언한다. 첫째, 헬스장 측에 '실제 결제액을 기준으로 위약금 10%만 공제하고 환불해달라'는 요구사항과 법적 근거를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은 없지만, 사업자를 압박하고 향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된다.
둘째, 내용증명에도 헬스장이 버틴다면 소비자상담센터(국번없이 1372)나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정마저 결렬되면, 최종적으로 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김전수 변호사는 "소액 사건이라 망설이는 경우가 많지만, 비슷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계약서와 결제 내역 등 증거를 잘 챙겨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