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500원 더 내라" 배달앱 기상할증, 불법은 아니지만 '이것'은 문제다
"비 오면 500원 더 내라" 배달앱 기상할증, 불법은 아니지만 '이것'은 문제다
'미선택 시 주문 취소' 강제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법적 다툼 여지 커
법조계 "형식적 선택지 제공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소지"

배달앱에서 우천·폭염 할증을 필수 선택지로 두고 미선택 시 주문을 취소하는 방식이 논란을 낳고 있다. /스레드 캡처
비 오면 배달비 500원을 더 내거나 주문을 포기하거나. 배달앱의 '기상할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마철 비가 쏟아지는 어느 날, 배달앱으로 떡볶이를 주문하려던 A씨는 의아한 메뉴판을 마주했다. '우천 시 +500원', '폭염 33도 이상 +500원'이라는 기상할증 항목이 필수 선택지로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래에는 '미선택시 취소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해당없음 +0원'이라는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돈을 더 내기 싫어 '해당없음'을 누르면 주문은 가차 없이 취소된다.
과연 이러한 요금 정책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날씨 이유로 돈 더 받는 음식점, 법으로는 '무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날씨가 궂을 때 음식점이 배달비를 더 올려 받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우리 법은 원칙적으로 사업자의 가격 결정의 자유를 보장한다. 악천후 시 배달 난이도가 올라가고 배달 기사 수급이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해 500원의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은 시장 경제 논리 안에서 허용된다.
실제로 우리 법원 역시 지역할증, 시간할증과 더불어 우천할증 등 배달 기사에게 지급되는 다양한 할증 구조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금 체계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판례는 없다(2024나2037832 판결 등).
진짜 문제는 '가짜 선택지'를 들이민 행위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할증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를 교묘하게 옥죄는 주문 방식에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해당없음 +0원'이라는 선택지를 버젓이 만들어두고도, 이를 선택하면 '미선택시 취소됩니다'라는 경고와 함께 실질적인 구매를 차단하는 구조다.
이는 전자상거래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법원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만으로도 유인행위가 성립한다"고 명확히 판시한 바 있다(2012두1525 판결). 겉으로는 소비자가 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상은 500원 추가 결제를 강제하는 속임수에 가깝다는 뜻이다.
1차 책임은 사장님, 하지만 플랫폼도 자유로울 순 없다
이러한 메뉴판을 설정한 1차적 책임은 해당 음식점 사장에게 있다. 그러나 판을 깔아준 배달앱 운영자 역시 책임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배달앱은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방치하고 소비자의 권리 침해를 묵인했다면, 소비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책임을 추궁당할 여지가 열려 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더 요구하는 것은 사업자의 권리다. 다만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방식까지 권리라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