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할머니 도와줬더니 '당신이 밀었다' 신고…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넘어진 할머니 도와줬더니 '당신이 밀었다' 신고…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혼잡한 지하철서 선의 베풀다 과실치상 혐의 입건…경찰 “다리 스친 듯”

A씨가 혼잡한 지하철에서 넘어진 할머니를 도와주었다가 과실치상 혐의로 신고됐다. / AI 생성 이미지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에서 넘어진 할머니를 도와줬던 A씨. 그는 한 달 반 뒤 경찰로부터 자신이 과실치상 혐의로 신고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할머니를 민 적도, 신체가 닿은 기억조차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교통카드로 신원을 특정했고, "CCTV를 보니, 서로 다리가 스친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선의로 한 행동이 범죄 혐의로 돌아온 상황. A씨는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CCTV가 관건…화질 흐리다면 '영상 분석' 요청해야
변호사들은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힐 핵심 증거로 CCTV를 꼽았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당시 질문자와 할머니의 접촉이 있었는지, 질문자의 행위로 할머니가 넘어진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CCTV 확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영상이 선명하지 않아 접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찰관이 "스친 것 같다"고 추측성 발언을 한 점으로 미뤄, 영상 화질이 좋지 않을 수 있다.
법무법인(유) 원앤파트너스 강대권 변호사는 “담당 경찰관에게 국과수에 영상 화질 개선을 의뢰해 선명도를 높여 달라고 요청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단계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검찰 송치 후를 대비해 이런 요청을 담은 의견서를 미리 제출해 두는 방법도 제시했다.
경찰은 이미 '피의자'…섣부른 진술은 금물
변호사들은 A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혼자 경찰 조사에 임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은 이미 A씨를 피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피벗 김경수 변호사는 “경찰은 이미 ‘A씨가 밀쳤지만 인지하지 못한 정도’라고 수사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에 변호사와 동석해 적극적인 방어와 CCTV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법률사무소 명량 명현준 변호사 역시 “‘밀쳤기 때문에 도와준 것 아니겠냐’는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사건”이라며 “경찰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준비해서 진술하지 않으면 그 선입견이 검찰, 법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섣부른 진술은 피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명중 임승빈 변호사는 “수사관에게 전화가 와서 사건에 대해 묻는 경우 답변은 피하고, 구체적인 답변은 변호사와 함께 출석해서 진술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CTV 불리하다면 '합의'가 최선…과실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
결국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거나, 할머니와 합의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유리할지는 CCTV 영상 내용에 따라 갈린다.
CCTV를 확인한 뒤에도 억울함이 크다면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캡틴법률사무소 박상호 변호사는 “정말 상대방과 살짝 스친 장면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상대방의 상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리적으로 과실이 성립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상이 불리하게 작용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면 합의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과실치상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혐의가 인정되는 사안이라면 합의를 할 경우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즉, 할머니와 원만히 합의해 할머니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A씨는 처벌을 받지 않고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