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아이 봐줬는데 4천만원 요구"…방임죄 덮어쓸 뻔한 사연
"5분 아이 봐줬는데 4천만원 요구"…방임죄 덮어쓸 뻔한 사연
여행지서 친구 아이 '쾅', 5개월 뒤 날아온 거액의 합의금 요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친구와의 여행. 잠시 아이를 봐주던 사이 벌어진 예기치 못한 사고는 5개월 뒤 4000만 원의 합의금 요구와 '아동 방임'이라는 형사 고소 압박으로 돌아왔다.
선의가 악몽으로 변한 순간,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 책임 가능성은 희박하며, 요구액도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의 안타까운 부상과 별개로, 법적 책임의 무게는 어디까지 져야 할까.
"씻으러 들어간 지 5분 만에 '쾅'…구호 조치 다 했는데"
사건은 2025년 9월, 충남 보령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엄마 둘과 아이 둘이 함께한 여행이었다. 상담을 요청한 A씨에 따르면, 친구인 B씨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B씨의 아이가 침대에서 놀다 달려 나오다 이불에 미끄러져 좌식 의자에 얼굴을 부딪쳤다.
B씨가 화장실에 들어간 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콧등에 큰 상처가 난 아이를 보고 놀란 A씨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로 달려갔다. 소아 응급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먼 지역까지 이동하고, 치료비까지 결제하며 아이의 곁을 지켰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치료비 지급 의사를 밝혔지만, 돌아온 것은 사고 5개월 뒤 제기된 4000만 원의 합의금 요구였다.
상대방은 "위험한 걸 치워달라고 했는데 음주하며 쉬고 있었으니 아동 방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동방임죄? 형사처벌 가능성 희박"…법률가들 한목소리
A씨에게 씌워진 '아동방임죄' 굴레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성립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아동방임죄는 고의적으로 아동의 생존에 필요한 보호와 양육을 소홀히 할 때 성립하는데,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홍윤석 제로변호사 변호사는 "사고가 5분 이내의 짧은 시간에 발생한 우발적 사고였고, 사고 직후 응급조치와 병원 이송 등 구호 의무를 다했으므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잘라 말했다.
서아람 변호사 역시 "보호자인 엄마가 아이를 맡기고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매우 짧았고, 동일한 공간에서 아이들을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고의적인 방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변호인들은 상대방의 형사 고소 주장이 실제 처벌보다는 합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4000만원의 무게, 핵심은 '과실상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일부 인정될 수 있지만, 4000만 원 전액을 책임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핵심은 '과실상계'다. 사고 발생에 기여한 양측의 책임 비율을 따져 배상액을 정하는 원칙이다.
조선규 변호사는 "위험을 인지하고도 아이를 맡긴 점, 사고가 순식간에 일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상대방 부모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며 A씨의 책임이 전체 손해액의 '20%~40%' 수준으로 제한될 것이라 예상했다. 길기범 변호사 또한 "법적 공방 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보호자의 관리 소홀 과실이 상당 부분(통상 40~60%) 상계되어 배상액이 산정된다"고 지적했다.
즉, 아이의 1차 보호자인 부모 B씨의 책임이 A씨의 책임보다 크거나 최소한 비슷하게 인정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감정적 대응은 금물…'증거 기반' 냉정한 대응이 우선
전문가들은 섣불리 합의에 응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동규 변호사는 "상대방에게 '근거자료 기반으로 산정하자'는 입장을 문서로 남기고, 감정적으로 통화하지 말고 모든 연락은 문자로 정리하라"고 강조했다.
강민정 변호사는 "의무기록·흉터 사진·성형외과 소견서를 기준으로 손해액 산정 근거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내용증명으로 과실비율 및 합리적 범위의 배상 의사를 밝히는 것이 안전하다"고 구체적인 대응법을 제시했다.
또한,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이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다. 결국, 억울함에 호소하기보다 법적 기준에 따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를 근거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과도한 배상 책임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