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한 우리집 개가 목줄 없이 달려든 남의 집 개 물었다면…"어느 쪽이 사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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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 한 우리집 개가 목줄 없이 달려든 남의 집 개 물었다면…"어느 쪽이 사고 책임?"

2021. 07. 08 12:15 작성2021. 07. 08 12:17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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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 목줄도 없이 튀어나와 공격하려던 소형견⋯이를 막으려다 사고

소형견주 "입마개만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 주장하며 치료비 요구

자신의 반려견과 산책하던 중 난데없이 다른 개의 공격을 받은 A씨. 다른 개가 주인인 A씨를 공격하려 하자 자신의 반려견이 그 개를 물어버렸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진돗개 한 마리를 키우는 A씨. 그날도 어느 때처럼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형견이 튀어나와 A씨에게 달려들었다. 목줄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자 A씨의 진돗개는 소형견이 자신의 주인을 공격하자, 맹렬히 짖기 시작했다. A씨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소형견의 공격을 피하랴, 자신의 반려견을 진정시키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결국 소형견이 자신의 반려견에 물리고 말았다.


뒤늦게 소형견의 주인 B씨가 뛰어나왔다. 그는 A씨에게 자초지종을 듣더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다행히 소형견의 상처도 크지 않은 듯했지만, 이에 대해 사과하면서 그 일을 마무리 지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뒤, B씨는 태도를 바꿔 A씨에게 소형견 치료비 100만원을 요구했다. A씨의 진돗개가 입마개를 하고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책임을 지라고 했다.


A씨는 황당했다. 자신을 공격하려던 건 B씨의 소형견이고, 또한 자신의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를 착용해야 하는 견종도 아니다. 오히려 B씨가 자신이 목줄을 채우지 않았던 점을 인정하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자신의 책임은 없는 것 아닌가. A씨는 정말 치료비 100만원을 물어줘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개가 개를 물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재물손괴⋯처벌 위해선 '고의성' 입증돼야

변호사들은 우선 A씨의 형사 책임을 살펴봤다. 우선 개가 개를 물었을 때 형법상 재물손괴를 적용한다. 우리 법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B씨의 재산상 물건인 반려견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해 이 혐의를 적용한다.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가 이 사고로 인해 형사 처벌을 받을 일은 없다고 했다. 재물손괴의 경우 물건을 망가뜨리려는 '고의'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에서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스피츠를 물어 죽였던 사고. 이후 로트와일러 주인은 재물손괴가 적용돼 기소됐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해당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로트와일러 견주는 "산책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개가 뛰어나갔다" "다른 개를 물어 죽이도록 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가 위 사례와는 다르지만, A씨 역시 고의로 이번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려워 처벌될 일은 없을 거라고 봤다.


더불어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해야 하는 맹견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등의 견종과 그 잡종견이다. 이에 따르면 A씨의 반려견인 진돗개는 법적으로 입마개 착용을 해야 하는 견종이 아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의무도 없어⋯고의성도 과실도 없다고 보이기 때문

A씨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이유도 없다.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고의나 과실로 위법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혀야 한다. A씨에겐 고의 또는 과실이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해냄 조대진 변호사는 "A씨의 고의나 과실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현귀 법률사무소의 김현귀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목줄을 안 한 다른 반려견이 달려들었을 경우를 대비해 A씨의 반려견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과실이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변호사들은 자신의 소형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B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했다. 그로 인해 소형견이 집 밖으로 나가 A씨 등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B씨에게 목줄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빛의 김경수 변호사 역시 "B씨의 소형견이 다친 것은 안타깝지만, 그건 견주인 B씨가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귀 변호사는 "A씨가 도의적 책임으로 소액의 위로금 정도는 줄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치료비를 내놓으라는 B씨의 요구에 응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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