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한 농담=성관계 동의"…클럽 성폭행범의 황당 변명, 법원은 왜 일축했나
[단독] "야한 농담=성관계 동의"…클럽 성폭행범의 황당 변명, 법원은 왜 일축했나
가해자의 억지 동의 주장을 깬 일관된 진술과 초기 대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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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같은 국적의 유학생 2명을 숙소로 데려가 연달아 성폭행한 미국인 관광객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범행 전 피해자들이 던진 은밀한 농담을 두고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으나, 1심 재판부는 이를 단호히 배척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초기 대처와 일관된 진술로 이끌어낸 단죄는 항소심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1심 내내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던 가해자가 2심에 이르러 뒤늦게 자백하고, 피해자들과 합의에 성공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돼 풀려난 것이다.
도대체 밀실에서 벌어진 끔찍한 성범죄를 피해자들은 어떻게 입증했으며, 법원은 어떤 근거로 유죄를 인정하고 또 석방을 결정했을까.
판결문을 통해, 성범죄 피해 시 초기 대응 방법과 가해자의 억지 주장을 깨뜨리는 입증 과정, 그리고 양형을 가르는 결정적 법적 쟁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새벽 7시 낯선 에어비앤비 숙소, 순식간에 벌어진 두 번의 범행
2024년 3월 11일 새벽 3시경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에서 미국 국적의 관광객 피고인과 같은 국적의 20세 교환학생 피해자 두 명이 처음 만났다.
피자를 먹으려다 식당을 찾지 못한 이들은 피고인의 제안으로 새벽 7시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피고인의 에어비앤비 숙소로 함께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한 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피고인은 침대에 누워 있던 첫 번째 피해자 위로 올라가 키스를 시도했고, 피해자가 거부하며 저항했음에도 강제로 옷을 벗기고 양팔을 잡아 반항을 억압한 뒤 성폭행했다.
첫 번째 피해자가 가까스로 피고인을 밀쳐내고 화장실로 도망치자, 이번에는 옆에서 술에 만취해 침대에서 잠들어 있던 두 번째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연달아 성기를 삽입해 준강간 범행을 저질렀다.
의식이 없던 두 번째 피해자는 첫 번째 피해자가 흔들어 깨우고 나서야 상황을 인지했고, 두 사람은 즉시 숙소를 빠져나왔다.
성범죄 입증의 핵심, 불리한 내용도 숨기지 않은 일관된 진술과 즉각적인 신고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첫 번째 피해자에게는 성기를 삽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두 번째 피해자와는 묵시적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었으며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유죄 인정의 결정적 증거는 피해자들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었다.
피해자들은 당시 피고인과 스킨십이 있었다는 자신들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사실도 그대로 진술했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법원은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허위로 사실을 꾸며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들이 범행 직후 피고인의 숙소를 빠져나와 곧바로 대학교 교환학생 사무실을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고, 직원을 통해 112 신고가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흐름도 핵심 입증 자료로 작용했다.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이에서 피고인에게 합의금을 요구한 적도 없어, 무고할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점이 명확히 인정된 것이다.
은밀한 농담을 성관계 동의로 착각? 가해자의 황당한 논리와 법원의 철퇴
피고인 측은 범행 전 피해자들이 은어로 은밀한 곳을 만져보라는 취지의 농담을 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방어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해당 발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농담조로 나온 말일 뿐, 이를 실제 성관계에 대한 묵시적 동의 의사표시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범행 당시 시점에서 과거의 농담 한마디를 내세워 성폭행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명확한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피해자들이 숙소로 이동하며 촬영한 동영상과 숙소 내에서 촬영된 동영상은 이들이 당시 심각한 주취 상태였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며, 피해자들의 진술 내용에 확고한 힘을 실어 주었다.
가해자의 항소와 대역전극, 극적 합의가 부른 집행유예 석방
치밀한 입증을 통해 1심에서 징역 3년이라는 실형을 이끌어 냈지만,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4형사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형량을 극적으로 뒤집은 결정적 이유는 피고인의 뒤늦은 자백과 피해자들의 처벌불원 의사였다.
1심 내내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경위와 방법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국내에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피해자들과의 처벌불원 합의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피고인을 집행유예로 석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