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컨셉이었다” 성인화보 모델 성폭행 혐의 대표의 황당 변론
“촬영 컨셉이었다” 성인화보 모델 성폭행 혐의 대표의 황당 변론
성인화보 제작사 전·현직 대표, 모델 성폭행·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혐의 전면 부인
법조계 “지위 이용 인정하는 셈, 동의 여부 무관하게 처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성인화보 모델들을 상습 성폭행하고 미성년자 성착취물까지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작사 대표들이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화보 제작사 소속 모델 11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미성년자를 동원해 성착취물까지 만든 의혹의 중심에 선 전·현직 대표들이 첫 재판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이들은 모든 범행이 “촬영 컨셉의 일부”였고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촬영 컨셉이었을 뿐”…궤변으로 일관한 대표들
21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부(류준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황토색 수의를 입고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성인화보 제작사 전 대표 A(50)씨와 현 대표 B(46)씨는 담담했다. 재판장이 생년월일과 주거지를 묻는 인정신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며 국민참여재판은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변호인이 입을 열자 법정엔 찬물이 끼얹어졌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고 못 박았다. A씨의 강제추행 및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며, 위력이나 위계 행사는 없었다”면서 “촬영 컨셉상 한 행동”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 혐의에 대해서도 “테스트용 영상으로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했고 어떤 협박도 없었다”고 강변했다.
대표의 지위가 ‘무기’…드러난 충격적 공소사실
검찰이 밝힌 이들의 범죄 혐의는 참담하다. 전 대표 A씨는 2020년 2월부터 3년 넘게 경기 부천시 호텔 등지에서 대표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속 모델 5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모델 6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심지어 2023년 1월에는 성인화보 테스트 촬영을 빌미로 미성년자를 동원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영상 11개를 소지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까지 추가됐다.
현 대표 B씨는 A씨의 범죄를 덮기 위한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 2월, A씨의 성범죄 사건을 무마할 목적으로 피해자들을 포함한 16명을 경찰에 허위로 고소한 혐의(무고)로 함께 기소됐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역으로 법을 악용한 셈이다.
“동의는 면죄부 안돼”…법의 심판 피할 수 있나
피고인 측의 ‘촬영 컨셉’, ‘동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피감독자 간음죄는 대표와 모델처럼 업무상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지위를 이용해 성관계를 맺으면 성립한다. “촬영 컨셉”이라는 변명 자체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
특히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은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제작 행위 자체를 중범죄로 처벌한다. 대법원 판례(2018도9340) 역시 “개인 소장 목적이거나 아동·청소년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제작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번 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될 수 있고, 피해자에게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목소리 내는 건 큰 용기”…폭로자의 끝나지 않은 고통
이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인플루언서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끝나지 않은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가해자 측의 이유 없는 고소와 고발로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봤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피해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토로했다. B씨의 무고 혐의가 바로 이 상황을 뒷받침한다.
대표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추악한 범죄 의혹과 이를 덮으려는 시도. ‘컨셉’과 ‘동의’라는 방패 뒤에 숨은 이들에게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진실의 문을 열 수 있을지 재판 과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