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하에 성관계했는데…'실수' 한번에 생활비·취업손실까지 요구한 여성, 다 줘야 할까?
합의 하에 성관계했는데…'실수' 한번에 생활비·취업손실까지 요구한 여성, 다 줘야 할까?
콘돔 없이 관계 후 실수로 질내사정…사후피임약 복용 후 몸 안 좋아졌다며 보상 요구

합의된 성관계 중 실수로 질내사정 후 과도한 금전을 요구받는 경우, 강제성이 없어 형사 처벌은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으로 알게 된 여성과 만나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남성 A씨. 하지만 실수로 관계 중 질내사정을 하게 되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상대 여성 B씨는 사후피임약 복용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출근을 못 했다며 A씨에게 생활비와 재취업 비용, 정신적 보상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A씨는 이미 일부 금액을 임시로 지급한 상태다.
성관계 자체는 합의했지만, 한 번의 실수로 B씨의 생활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걸까?
합의된 성관계 중 '실수'…형사 처벌 대상 될까
A씨는 온라인으로 알게 된 B씨와 만나 함께 술을 마신 뒤 숙소에서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 강제성은 없었고 B씨의 직접적인 거부 의사도 없었다. 그러나 A씨는 관계 중 실수로 질내사정을 하게 됐다.
A씨는 즉시 사과하고 사후피임약 처방 등 의료적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B씨는 피임약 복용 후 컨디션 난조로 출근을 못 했다고 주장하며 생활비, 재취업 문제, 정신적 피해 보상 등 광범위한 금전적 요구를 해왔다.
변호사들은 성관계 자체가 합의된 이상, 실수로 질내사정을 한 것만으로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성관계 자체가 합의된 것이 사실이라면, 질내사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형사적으로 어떠한 범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스텔싱(성관계 도중 몰래 피임을 피하는 행위) 처벌규정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처벌 규정 자체가 없고, 유럽에서도 실수로 인한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베테랑 이슬기 변호사 역시 "성관계 자체에 상호 동의가 있었고 상대방이 당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면, 단순히 관계 중 의도하지 않게 질내사정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강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생활비·재취업 비용까지 책임져야 할까? '인과관계'가 핵심
결론부터 말하면 B씨가 요구하는 생활비와 재취업 문제까지 A씨가 모두 책임질 법적 의무는 없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피임약 처방 같은 직접적인 의료비는 부담할 여지가 있으나, 약 복용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가 재취업 실패나 생활비 부족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법률상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은 A씨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 범위가 B씨의 요구보다 훨씬 제한적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실제 발생한 병원비·약제비 등 직접적인 의료비 외에 생활비, 취업 손실 등은 인과관계가 없어 전부 부담할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의료비를 지급하더라도 영수증을 확인하고 계좌이체 등으로 지급 내역을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다.
'미래의 낙태·난임' 보상 약속은 절대 금물…합의는 이렇게
변호사들은 특히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피해에 대해 섣불리 보상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이민철 변호사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의 난임이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미리 보상을 약속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며 "섣불리 동의하는 문자를 남길 경우, 그 자체로 새로운 약정 채무를 인정하는 꼴이 되어 훗날 발목을 잡힐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조기현 변호사도 "현재 발생하지 않은 낙태·난임 등에 대한 포괄적인 배상책임까지 미리 인정하거나 금액을 약속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합의를 진행한다면, 지급하는 금액과 대상이 되는 손해 범위를 명확히 하고, '향후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부제소 합의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변호사는 "지금까지의 대화 내역과 송금 기록을 정리하고, 상대방의 부당한 요구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조율보다는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안전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