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오피스텔 '소음 지옥', 548일 만의 종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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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오피스텔 '소음 지옥', 548일 만의 종전 선언

2025. 08. 21 16:1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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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의 소음 전쟁

공권력은 왜 50번의 비명을 외면했나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1년 반, 548일간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쿵쿵' 소음이 마침내 멈췄다.


수십 차례의 신고에도 법의 사각지대라며 외면받던 주민들의 고통은, 언론 보도와 구청장의 결단이 있고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공권력은 왜 이제야 움직였을까.


강제 개방된 60X호…괴물 스피커, 쓰레기 더미와 마주하다

지난 21일 오전, 마포 오피스텔 60X호의 문이 강제로 열렸다. 경찰과 119, 구청 관계자들이 들이닥친 현장은 발 디딜 틈 없는 쓰레기 더미와 악취로 가득했다. 그 중심에 사람 몸집만 한 대형 우퍼 스피커가 버티고 있었다. 1년 반 넘게 건물 전체를 뒤흔든 '소음 전쟁'의 주범이었다.


경찰은 즉시 스피커를 압수하고 거주자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날을 기점으로 지긋지긋하던 소음이 완전히 멈췄다"고 확인했다. 548일 만에 찾아온 정적에 일부 주민은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50번의 절규 외면한 경찰, 구청장이 움직였다

사태 해결의 분수령은 언론 보도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였다. 그간 주민들은 50차례 넘게 경찰에 신고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소음 유발자가 집주인이어서 임대차 계약을 통한 제재도 불가능한,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지난 13일 관련 보도가 나가자 상황은 급변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18일 직접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피 끓는 호소를 들었고, 경찰·119와의 공조를 지시하며 직접 해결에 나섰다. 구청장이 움직이자 수개월간 표류하던 문제가 불과 며칠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기자가 지난 12일 찾았을 때만 해도 복도 바닥으로 진동이 느껴지고 벽면이 호소문으로 도배돼 있었지만, 21일 현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았다.


'벽지가 터져나갔다'…3층부터 13층까지 뒤흔든 공포의 데시벨

처음엔 단순 세탁기 소음으로 시작됐던 소리는 올해 들어 총소리, 괴물 비명, 여자 비명 등 끔찍한 소음으로 진화했다. 대형 우퍼 스피커의 위력은 3층부터 13층까지 건물 전체를 뒤흔들었다.


일부 세대는 진동으로 부엌 타일이 떨어지고 찬장 그릇이 깨졌으며, 벽지가 터지는 등 재산 피해까지 입었다.


최근에는 50도 넘는 담금주와 대형 스피커가 추가로 배송된 사실이 알려지며 "술 먹고 불이라도 지르는 것 아니냐"는 극도의 공포가 주민들을 덮쳤다. 한 입주민은 "보도가 나가고 구청장이 와서야 문제가 해결됐다"며 "이제야 집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지옥 같은 일상이 드디어 끝났다"고 말했다.


'수인한도'와 '행정개입청구권', 공권력은 왜 늦었나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명확하다. 첫째, 소음이 '수인한도(사회 통념상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는가다. 24시간 내내 최대 75데시벨(dB)의 소음을 의도적으로 발생시킨 행위는 누가 봐도 수인한도를 넘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둘째, 그렇다면 공권력은 왜 이제야 개입했는가다. 여기서 '행정개입청구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국민이 자신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때, 행정청에 그 위협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민들의 50차례 넘는 신고는 바로 이 권리를 행사한 것이지만, 행정청은 사실상 이를 외면해왔다.


경찰과 구청의 이번 강제 조치는 '소음·진동관리법'에 근거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언론 보도와 구청장의 결단이 '외면당했던 행정개입청구권'을 뒤늦게나마 실현시켰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이웃 간 분쟁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평온을 지키기 위한 행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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