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빌려줬더니 스토킹 고소”...돈 갚으라는 내용증명, 범죄일까?
“1억 빌려줬더니 스토킹 고소”...돈 갚으라는 내용증명, 범죄일까?
전 동거인에게 3차례 내용증명 보냈다가 피소...법조계 “정당한 권리 행사, 오히려 사기·무고죄로 역고소 가능”

전 연인에게 빌려준 1억 원의 상환을 내용증명으로 요구한 남성이 스토킹 혐의로 피소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억 원을 빌려준 것도 모자라 스토킹범으로 몰린 한 남성의 사연이다.
과거 동거했던 연인에게 빌려준 1억 원을 돌려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가 되레 스토킹 혐의로 고소당한 A씨. 그의 억울한 사연은 ‘정당한 채권 추심’과 ‘스토킹 범죄’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내 돈 갚으라는 게 스토킹?”... 눈덩이 빚과 함께 날아온 고소장
사건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동거하던 연인 B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1억여 원을 B씨 계좌로 이체하는 것을 허락했다. 모바일 금융이 서툴렀던 A씨를 돕겠다는 B씨의 말을 믿고 휴대전화 패턴과 금융 앱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결과였다. B씨가 빼간 돈에는 A씨의 노후 자금인 연금까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B씨는 돈을 갚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A씨는 법적 절차의 첫 단계로 원금 상환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세 차례 발송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돈이 아닌 경찰서의 고소장이었다. B씨가 내용증명을 보낸 행위를 문제 삼아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A씨는 과거 B씨와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집을 두 차례 찾아갔다가 스토킹으로 신고됐지만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어 더욱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 “채권 추심은 정당한 권리”... 스토킹 성립 어려워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스토킹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발송은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 스토킹에 해당할 수 없다”며 “무혐의를 주장하여 신속히 사건을 종결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제이앤씨 김민소 변호사 역시 “오로지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한 취지라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반복할 때 성립하는데, 1억 원의 채무를 변제하라는 요구는 ‘정당한 이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변호사들은 내용증명의 구체적인 문구나 발송 횟수, 그 외의 연락 시도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베테랑 윤영석 변호사는 “일반적인 변제 촉구 내용이라면 스토킹이 될 여지는 없다”면서도 “선을 넘는 협박이나 위협이 포함되었다면 스토킹 성립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사기·무고죄”... 칼자루는 채권자에게?
전문가들은 A씨가 방어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오히려 B씨를 상대로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거론되는 죄명은 ‘사기’와 ‘무고’다.
법률사무소 가온길 백지은 변호사는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던 것 같다”며 B씨의 행위가 차용금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 역시 “처음부터 돈을 제대로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을 것으로 보여져 형사고소를 한다면 상대방 혐의 입증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사기죄 고소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유도, 피해를 회복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정당한 권리 행사를 스토킹으로 고소한 B씨의 행위는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채무자가 정당한 채권추심을 방해할 목적으로 스토킹 고소를 남용하는 것은 무고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과거 유사한 스토킹 고소에서 이미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전력은 상대방의 고소가 악의적임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의 사례는 돈을 갚지 않으려는 채무자가 스토킹 처벌법을 악용해 채권자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스토킹범죄로 고소를 당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부터는 상대방에게 접근이나 연락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법률 전문가를 통해 스토킹 혐의를 벗는 동시에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