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3배, 보수는 그대로? '침묵이 동의'라는 갑질에 맞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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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3배, 보수는 그대로? '침묵이 동의'라는 갑질에 맞선 작가

2026. 05. 21 18:0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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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범위 초과 시 협의' 계약서 조항, 8개월간의 부당 노동 되돌릴까

한 프리랜서 작가가 계약보다 3배 넘게 일하고도 회사 측으로 부터 추가 보수를 거절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유튜브 영상 128분 제작에 1000만 원. 하지만 실제 작업은 8개월간 400분으로 3배 폭증했다. 뒤늦은 추가 보수 요구에 회사는 "왜 이제 와서?"라며 '묵시적 합의'를 주장했다.


계약서에 잠자던 '제7조 제5항'과 최초 제안 이메일은 프리랜서 작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침묵은 금이 아니라 함정'이 될 수 있는 프리랜서 계약 분쟁의 해법을 짚어봤다.


128분짜리 계약이 400분으로…돌아온 건 '묵시적 합의' 주장


유튜브 작가 A씨는 2025년 9월, 한 제작사로부터 예능과 대담 영상을 합쳐 총 128분 분량의 대본을 써 주는 조건으로 1000만 원의 용역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영상 분량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후 8개월간 실제 제작 과정에서 A씨의 작업량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초 7~8분이던 예능 영상은 30분짜리가 됐고, 2~4분이던 대담 영상은 8분까지 늘어났다.


최초 합의의 3배가 넘는 약 400분 분량의 노동을 하고 나서야 문제를 깨달은 A씨. 그는 마지막 회차 원고를 넘기기 전, 용기를 내서 초과 노동에 대한 정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냐"는 싸늘한 답변뿐이었다.


'8개월의 침묵'보다 강한 증거…"최초 제안 메일이 핵심"


A씨의 8개월 침묵은 정말 모든 것에 동의한 '묵시적 합의'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계약서에 세부 분량이 없더라도, 계약 체결 전후의 정황이 중요한 해석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약속의 조범수 변호사는 "최초 제안 메일에 영상 편수와 편당 러닝타임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단가 협의까지 이루어진 정황이 존재한다면 실제 계약 내용 해석에서 중요한 자료로 검토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계약서에 빠진 '과업 범위'를 최초 제안 이메일이 보충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의 '묵시적 합의' 주장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내용 변경에 동의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잠자는 권리를 깨울 무기, 계약서 '제7조 5항'


더욱 강력한 무기는 A씨의 계약서 안에 있었다. 바로 '제작 범위 초과 시 비용은 상호 협의한다'는 내용의 제7조 제5항이다.


법무법인 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실무상 이런 조항은 추가 노동 발생, 제작 규모 확대, 과업 변경 시 정산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조항의 존재 자체가 과업 범위가 늘어날 수 있음을 양측이 예상했고, 그때는 추가 비용을 논의하기로 '미리 합의'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 역시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과 부당이득 반환(민법 제741조) 원칙을 근거로 A씨가 초과분에 대한 합리적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용증명 보내세요"…전문가들이 제시한 3단계 생존 전략


그렇다면 A씨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명확한 3단계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첫째, 모든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다. 이푸름 법률사무소의 이푸름 변호사는 "최초 제안 메일, 영상별 실제 러닝타임 자료, 제작본 링크, 단가 협의 내역 및 메신저 대화를 모두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둘째, 공식적으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지헌의 임대환 변호사는 초과분에 대한 정산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세요"라고 명확히 권했다. 이는 추후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잔여 작업분에 대해서는 단가 재조정 및 서면 합의 없이는 추가 확대 작업을 수락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명확히 고지하십시오"라며, 이것이 협상력을 높이는 핵심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명확하다. 부당함에 침묵하지 말고, 증거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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