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복도 서성이다 '현관문 렌즈' 엿보기 주거침입죄 쟁점은?
오피스텔 복도 서성이다 '현관문 렌즈' 엿보기 주거침입죄 쟁점은?
'여성 사는구나' 현관문 렌즈 엿보다 '눈 마주쳤다'
주거침입 될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 여기 여성이 사는구나' 오피스텔 공용 복도에서 이웃 여성의 현관문 렌즈(외시경)를 들여다본 남성이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운동 삼아 다른 층 복도를 걷다가 벌어진 일이지만, 피해 여성의 불안감과 경찰 신고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10층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A씨는 평소 허벅지 근육 경련 때문에 사람이 없는 4층이나 6층 공용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하곤 했다.
사건 당일, A씨는 다른 층 복도 창가에서 바람을 쐬다 한 여성이 다가오는 것을 봤다.
마주치기 싫어 엘리베이터 쪽으로 피했던 그는, 여성이 집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창가로 돌아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씨는 여성의 집 현관문에 달린 외시경에 잠시 시선을 뒀다.
'여성이 사는구나' 생각하며 렌즈 쪽을 본 순간, 안에서 자신을 보고 있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을 A씨는 까맣게 몰랐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심한 불안감을 느낀 여성은 A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고, A씨는 수사관 앞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복도 서성인 것도 죄? '주거의 평온' 침해가 관건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주거의 평온 침해' 여부로 보고 있다.
형법 제319조가 규정하는 주거침입죄는 단순히 남의 집에 들어가는 행위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평온한 생활을 해치는 행위까지 폭넓게 포함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공용 계단, 복도도 주거의 일부로 인정한다.
법무법인 한별 김전수 변호사는 "주거침입은 물리적 진입뿐 아니라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방법까지 확장 해석된다"며 "세대 현관문 외시경에 고개를 가까이 대는 행위가 '내부를 관찰하려는 시도'로 보이면 침입 의사가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A씨의 행동이 피해자에게 '누군가 나를 엿보고 있다'는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그 자체로 범죄 성립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 역시 "피해자가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특정 세대의 현관 외시경에 접근해 안을 엿보려는 행위를 했다면 '주거의 평온을 침해한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A씨가 '억지로 보려 하진 않았다'고 항변하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이 더 큰 무게를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무혐의 vs 합의 우선 변호사들 의견 엇갈린 이유
이 사건을 두고 변호사들의 해법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일부는 무혐의 주장을, 다수는 신속한 합의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여성의 입장에서 공포스러웠을 수 있으나, 주거침입과 스토킹 범죄 모두 무혐의 주장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인 법적 다툼을 조언했다.
A씨의 행동에 '침입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볼 만하다는 취지다.
반면 대다수 변호사는 '합의'가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오른 백창협 변호사는 "혐의를 부인하기 어렵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합의 및 재발 방지 대책에 중점을 둬 초범이라면 기소유예(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로 사건을 종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도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는다면 불송치나 기소유예로 마무리될 수 있다"며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면 '2차 가해' '합의 대리'가 필요한 순간
전문가들이 합의를 강조하면서도 절대적으로 경계하는 것은 '직접 연락'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공포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필승 김준환 변호사는 "피해자는 가해자와 통화하며 합의금을 조율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스트레스이자 공포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형사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창경 김찬협 변호사 역시 "당사자와 직접 연락해 합의를 진행하는 것은 2차 피해 우려로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변호사를 통한 '합의 대리'가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더신사 법무법인 정찬 변호사는 "변호사는 피해자와의 접촉, 합의서 작성, 수사기관 제출까지 모두 대리할 수 있다"며 "합의 업무만 별도로 위임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현실적인 팁을 전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법리 다툼보다는 피해자의 마음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달래주느냐에 달리게 된 셈이다.
공동주택의 편리함 이면에 숨은 사생활 침해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이번 사건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