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딥페이크로…가해자는 재판 중인데, 나는 왜 아무것도 모를까?
내 사진이 딥페이크로…가해자는 재판 중인데, 나는 왜 아무것도 모를까?
디지털 성범죄 피해, 재판 중 통보받은 피해자의 막막함…전문가들 '형사재판 참여와 별도 민사소송으로 권리 찾아야'

자신시의 얼굴이 딮페이크 성범죄에 도용된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은 A씨. 그가 보상을 받으려면?/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자신의 얼굴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도용된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은 피해자가, 정작 가해자 재판에서는 철저히 소외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재판 중이라는데, 저는 보상도, 피해 규모도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된 A씨의 절규다.
A씨의 악몽은 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의 연락 한 통으로 시작됐다. 모르는 사람이 A씨의 증명사진을 도용해 성적인 허위 영상물(딥페이크)을 제작하고, 신상정보와 함께 온라인에 유포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가해자는 이미 특정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전달됐다. A씨는 사건 담당 검사실에 피해자로서 신상정보를 제공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건 번호뿐. 그 후로 아무런 연락도, 피해 규모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따로 고소할 수 있는지, 합의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물으며 도움을 호소했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상'은 별개… 내가 재판에서 소외된 이유
A씨처럼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피해자로 뒤늦게 특정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서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는 탓이다.
법무법인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현재 상대방에게 진행 중인 재판은 형사재판"이라며 "형사재판은 범죄자의 형벌을 정하는 절차이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하는 재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범죄 처벌과 피해 보상 절차가 분리돼 있기에 A씨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 절차에 참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면 얼마든지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형사고소는 '일사부재리'의 벽… 보상의 길은 '민사소송'에 있다
A씨의 가장 큰 궁금증은 '추가 고소가 가능한가'였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동일한 범죄 사실에 대해 또 고소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동일 사건에 대해 두 번 처벌받지 않는 원칙)'에 따라 불가능하거나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사무소 태린의 김민규 변호사는 "해당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면 동일한 내용으로 고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보상의 길은 완전히 막힌 걸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해답은 형사 고소가 아닌 '민사 소송'에 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딥페이크 유포로 인한 정신적 고통, 일상생활의 피해, 명예훼손 등 모든 유무형의 피해를 금전으로 배상받는 절차다. 이는 A씨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이었다.
가해자가 합의를 거부할 때, '엄벌탄원서'가 무기가 되는 이유
피해를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합의금'을 받거나,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다. 합의는 가해자가 형량을 줄이기 위해 피해자에게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합의 의사가 없다면 강제할 수 없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라운의 조진희 변호사는 "엄벌탄원서 등을 재판부에 제출해 가해자를 압박하면 합의의 마음이 들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만약 형사재판이 합의 없이 끝나버린다면, 그때는 민사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3가지 행동
전문가들은 A씨가 더 이상 방치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김경태의 김경태 변호사는 "사건 담당 검사에게 연락해 피해자로서의 권리와 현재 사건 진행 상황, 피해 범위 등에 대해 명확히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A씨에게 주어진 첫 번째 '행동 카드'인 셈이다.
둘째, 형사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재판부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재판 결과와 합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변호사 조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최소 두 명 이상의 변호사와 상담 후 대응책을 준비하라"고 권했다.
A씨의 사례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온전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형사재판 참여와 민사소송이라는 '두 개의 싸움'을 동시에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피해자가 법의 미로 속에서 또 다른 상처를 입지 않도록,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원스톱으로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방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