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겠다는데 손목 잡고 30분 억류…증거 지웠는데 감금죄 고소 될까요?
집에 가겠다는데 손목 잡고 30분 억류…증거 지웠는데 감금죄 고소 될까요?
대학 동기 집에서 겪은 공포,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수능 앞두고 고소 시점 고민

대학 동기에게 감금당한 A씨는 증거 부족 등으로 고소를 망설이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대학 동기인 남성의 집에서 30분간 갇혀 있었던 A씨. 그날의 공포는 몇 달이 지나도록 트라우마로 남아 중요한 시험을 앞둔 A씨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려운 마음에 당시 대화 내역까지 모두 지웠지만,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다는 생각은 커져만 간다. 하지만 일각에서 들려오는 '수사 제도가 바뀌면 피해자에게 불리하다'는 소문에 고소를 망설이고 있다.
증거도 부족하고 시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과연 A씨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갈래' 말했지만…손목 잡고 폰까지 뺏더니 30분 억류
A씨는 최근 남성 지인의 집에서 겪은 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집에 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상대방은 A씨의 손목을 잡고 “내 말을 듣고 가라”며 놓아주지 않았다.
“신고하겠다”고 저항하자 그는 오히려 “할 거면 해 보라”고 비웃으며 A씨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A씨는 상대와 체격 차이가 나고, 그가 과거 주짓수를 배웠으며 정신과 약을 복용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결국 A씨는 30분가량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준 뒤에야 휴대폰을 돌려받고 집을 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다.
변호사들은 상대방의 행위가 형법상 감금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집에 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는데도 상대방이 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으며, 신고하겠다는 말에도 휴대전화를 가져가 약 30분간 귀가하지 못하게 했다면 감금죄 성립 여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 역시 “감금은 반드시 문을 잠그는 방식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물리력이나 위협적인 상황을 이용해 장소에서 벗어나는 것을 사실상 어렵게 한 경우에도 문제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법적으로 감금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증거' 다 지웠는데 처벌 가능할까…“진술과 정황이 핵심”
A씨는 사건 직후 두려움과 수치심에 모든 연락처를 차단하고 대화 내역도 삭제했다. 직접적인 증거가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고소를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조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정황 증거와 일관된 피해 진술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당시 이동 동선, 정신과 진료 및 처방 기록, 사건 직후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대화 내용 등이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을 통한 증거 확보 방법도 있다. 법무법인 해든 이재희 변호사는 “고소장을 제출하면 경찰이 A씨의 핸드폰을 복구(포렌식)하여, 당시 지웠던 가해자와의 대화 내역이나 사건 직후 친구에게 보낸 문자 등을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는 “감금죄의 객관적 증거가 없을 경우 고소하더라도 혐의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증거가 부족한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0월 지나면 불리' 소문…수능 끝날 때까지 기다려도 될까
A씨를 가장 고민하게 만든 것은 고소 시점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10월 이후 수사권 조정으로 피해자에게 불리해진다’는 소문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제도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고소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법무법인 태림 부산분사무소 임장범 변호사는 “이를 이유로 지금 고소를 미루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억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점을 더 큰 위험으로 꼽았다. 박성현 변호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의 희미해짐이나 증거 확보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미리 고소장을 작성해 두는 등 사전 대비를 해 두시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수험 생활이 부담된다면, 시험 이후에 고소를 진행하더라도 지금 당장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진료 기록 등 증거를 차분히 수집해 두고 수능 직후 신속하게 진행하시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