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싶다"는 딸 구하려다…법정에 선 엄마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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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다"는 딸 구하려다…법정에 선 엄마의 눈물

2026. 04. 20 11: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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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폭언 녹취, '불법'과 '정당행위' 아슬아슬한 경계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딸과의 통화를 녹음한 엄마가 교사의 폭언을 포착했지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AI 생성 이미지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가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으며 "죽고 싶다"고 말하는 딸. 아이의 안전을 걱정한 엄마는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

그 안에는 "네가 그래서 애들이 그런 거잖아!"라는 교사의 폭언이 담겼다.


그러나 엄마에게 돌아온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차가운 고소장이었다. 아이를 지키려던 필사적인 행동이냐, 법을 어긴 범죄냐. 법정을 둘러싼 치열한 법리 다툼에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야! 네 탓이잖아!" 수화기 너머 들려온 교사의 고함


비극의 시작은 2025년 3월, 한 아이가 학교에서 겪기 시작한 마찰이었다. 아이는 급격히 우울해하며 학교 가기를 거부했고, 수면장애에 시달리다 급기야 "죽고 싶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학부모는 4월 초 담임교사와 상담하며 도움을 청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가 반 친구에게 빗자루로 맞는 사건이 있었지만, 교사는 "엄마에게 비밀로 하자"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것이 학부모의 주장이다.


그러던 5월 중순, 아이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사건의 불씨가 됐다. 아이의 안전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학부모는 통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선생님과 "제 이야기를 들어봐 달라"고 말한 직후, 수화기 너머로 교사의 날카로운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교사는 별도의 공간에서 아이에게 "야! 네가 그래서 애들이 그런 거잖아!"라고 소리쳤고, 이 모든 상황이 학부모의 휴대폰에 고스란히 녹음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교사는 학부모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수사 끝에 학부모를 재판에 넘겼다.


'불법 도청'인가, '긴급 피난'인가…팽팽한 법리 대결


법정에 서게 된 학부모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처음부터 교사의 대화를 엿들을 고의가 없었으며, 오직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고 배우자와 상의하기 위해 녹음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파일은 누구에게도 유출하지 않았고 이후 즉시 삭제했다며, 자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긴급한' 행위였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학부모가 자녀와의 통화 당사자로서 녹음을 시작했더라도, 교사와 자녀 둘만의 대화가 이뤄진 부분을 계속 녹음한 행위는 제3자의 '불법 도청'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검찰이 학부모를 기소하고, 학교장까지 교사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점은 학부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죄 다툼 가능" vs "선고유예 현실적"…엇갈린 전문가 의견


법률 전문가들은 무죄를 다툴 여지가 충분하지만, 매우 정교한 법리 구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아이가 지속적으로 자해 우려나 우울증을 호소했고, 학교의 방임인 빗자루 폭행 사건 은폐 등으로 인해 아동의 생명·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협이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라며, 부모의 행위가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다른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판례는 증거수집 목적의 비밀녹음에 대해 요건을 엄격히 보아 부정한 사례가 다수"라고 지적하며, "따라서 무죄 주장 방향은 정당행위보다는 타인 간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는지, 녹음 고의가 있었는지, 녹음된 것이 법이 말하는 대화인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정당성을 주장하기보다, 범죄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음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보다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무죄를 주장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이며, 이미 사건이 구공판 진행되고 있다면 선고유예를 목표로 하여 전과가 남지 않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라고 진단했다.


아이를 지키려던 부모의 본능적 행위가 범죄인지 아닌지를 가를 최종 판단은, 당시 상황의 '긴급성'과 '불가피성'을 법원이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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