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무서워요' 9살 딸, 방문 걸어 잠그고 잔다…아내의 행동, 아동학대 될까?
'엄마가 무서워요' 9살 딸, 방문 걸어 잠그고 잔다…아내의 행동, 아동학대 될까?
년 전 녹음·카톡서 '정서적 학대' 정황 발견…이혼 없이 아이 먼저 분리할 방법은

엄마의 정서적 학대로 불안을 호소하는 9살 딸을 엄마와 분리하려는 아빠가 법적 조치를 고민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의 9살 딸은 아빠와 함께 자기 방 문을 잠그고 잔다. 엄마인 B씨가 들어오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A씨가 출근하는 토요일 오전에는 엄마와 단둘이 있기 싫다며 집 근처 스포츠센터로 향한다.
ADHD와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아내 B씨와 딸의 분리를 고민하던 A씨는 곧 닥칠 방학에 걱정이 더 커졌다. 자신이 먼저 출근하면 딸이 한 시간가량 B씨와 단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딸은 A씨에게 "엄마랑 못 있겠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A씨는 아내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딸과 즉시 분리될 수 있는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2년 전 통화 녹음 속 아이 울음…드러난 '정서적 학대' 정황
A씨가 아내의 행동을 문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약 두 달 전, 딸이 엄마와 있는 것을 거부하며 A씨를 따라나서려 하자, B씨가 아이를 결박하고 A씨에게 폭언을 해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폭언이 없었고 1회성이라며 사건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최근 과거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아내의 문제행동이 반복돼 왔다는 정황을 발견했다. 2년 전 회식 날 밤 10시 45분경 딸과 통화한 녹음 파일에는 아이가 울고 있고, B씨는 아이가 잠을 안 잔다며 짜증을 내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장모님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도 있었다. B씨가 아이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발로 차는가 하면, 딸에게 "너는 결혼하지 말라"고 소리쳤다는 내용이었다.
"정서적 학대 해당"…하지만 '즉시 분리'는 신중론도
변호사들은 B씨의 행동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럴 위험이 있는 행위는 모두 학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1회성이라 하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함에는 장애가 없다"며 "경찰이 단순히 사건 접수가 귀찮아서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 B씨와 딸을 분리하는 '임시조치'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정우 나상혁 변호사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학대 행위는 1회성이며 중하지 않아서, 임시조치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희승 전희정 변호사도 "당장 학대 행위가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면, 임시조치까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시조치는 아동학대 재발 우려가 있을 때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결정하는 절차인데, 현장에서 확인된 심각한 신체적 위협 등이 없는 경우엔 신중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구청 면담이 핵심 기회"…증거 갖고 적극 개입 요청해야
여러 변호사는 이틀 뒤 예정된 구청 아동보호팀과의 면담이 매우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간 모아온 증거들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구청 면담에서 아내의 학대 정황과 아이의 두려움을 자세히 진술하면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도 "자녀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녀의 불안과 우려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약 정서적 학대나 환경적 문제가 명확하다면, 임시조치나 아동보호 서비스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자녀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명확한 거부감을 보인다면, 아동보호팀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임시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궁극적 해결책은 이혼 소송…"임시 양육자 지정 신청해야"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이혼 소송이 제시됐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결정으로 임시 양육자를 지정받으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분리해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승원 허원제 변호사는 아이가 법원에서 의사를 존중받을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허 변호사는 "아내가 아이를 탈취하기 전에 상담자분께서 먼저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좋다"며 "임시 양육자 지정 신청, 임시 양육비 신청 등 사전 처분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정우 나상혁 변호사 역시 "이혼 소송을 제기하고, 임시양육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