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칭에 수천만원 빚더미… 보이스피싱 대출, 무효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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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칭에 수천만원 빚더미… 보이스피싱 대출, 무효 가능할까?

2026. 01. 06 18:0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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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강박에 의한 계약' 취소 가능… 금융사 부실 심사 책임 묻는 소송도

26세 청년이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감금된 채 수천만원의 대출 피해를 당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감시앱’ 깔고 호텔에 감금… 26세 청년, 보이스피싱에 수천만원 대출 피해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협박에 못 이겨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은 26세 청년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피해자는 범인들의 강요로 대출 계약을 맺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계약 자체를 무효로 돌릴 방법이 있다고 조언한다.



"꼼짝없이 당했다"… 검찰 사칭범의 덫에 걸린 26세 청년


사건은 지난해 1월 15일 시작됐다. 자신을 검찰, 금융감독원 직원이라 소개한 일당은 26세 A씨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A씨의 핸드폰에 감시용 앱과 가짜 은행 앱을 설치하게 한 뒤, "당신은 범죄에 연루됐다"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A씨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도록 며칠간 특정 호텔에 머물게 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패닉에 빠진 A씨는 결국 범인들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체크카드를 넘겼고, 범인들이 시키는 대로 비대면 대출을 신청했다. 대출 사유는 '사업자금'이라는 거짓 명목이었다.


이렇게 발생한 대출금은 수천만원에 달했고, 범인들은 A씨의 카드를 이용해 매일 수백만원씩 돈을 인출해갔다. 8일이 지난 1월 23일, A씨는 비로소 사기임을 깨닫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내 의지 아니었다'… 대출 계약, 없던 일로 할 수 있나?


가장 큰 쟁점은 A씨 명의로 발생한 수천만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하느냐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강박' 상태에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변호사는 "협박과 기망에 의해 진행된 계약은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취소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근거한다.


민법 제110조는 타인의 위협으로 공포를 느끼고 맺은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처럼 감시와 협박, 격리 상태에서 이뤄진 계약은 전형적인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 역시 "강박 상태에서의 계약으로 무효 주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법원은 강박의 정도가 극심해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였다고 인정되면, 계약을 '취소'하는 것을 넘어 아예 '무효'로 판단하기도 한다.


은행은 몰랐나?… '비대면 대출' 허점과 금융사 책임론


싸움의 또 다른 축은 금융사를 향한다. 비대면으로 이뤄진 대출 과정에서 금융사의 책임은 없었을까. 전문가들은 금융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세 청년이 사업자금 명목으로, 단기간에 여러 건의 고액 대출을 신청하는 것은 명백한 '이상 거래' 징후로 볼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대출 심사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평소와 다른 이상 거래가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금융기관의 책임을 일부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원 판례 역시 보이스피싱 사안에서 금융회사가 본인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대출 계약의 효력이 명의자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피해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해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는 셈이다.



"피해금 환급부터"… 변호사들이 제시한 '골든타임' 대응법


그렇다면 당장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신속한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특별법에 따라 피해신고와 계좌정지, 피해금환급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경찰에 신고해 피해사실확인원을 발급받은 후 즉각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는 "은행에 빠르게 연락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알리고 지급정지 신청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 신고를 통해 받은 '사건사실확인원'을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절차가 뒤따른다.


법적 대응으로는 각 금융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강박에 의한 계약이었으므로 취소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 금융사의 부실 심사 책임을 압박하는 방법이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채무 조정을 위한 개인회생 절차도 고려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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