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 땐 친정에서 빌려준 고마운 돈, 이혼할 땐 친정에서 그냥 도와준 돈?
같이 살 땐 친정에서 빌려준 고마운 돈, 이혼할 땐 친정에서 그냥 도와준 돈?
부모에게 받은 돈, 채무 아닌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 있어
차용증·이자 지급 자료 등 증빙 있어야 채무 분할 가능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큰 빚을 졌고, 이로 인해 살림이 어려워졌다. A씨는 친정에서 돈까지 빌려 가며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보려 했지만, A씨 부부는 지속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친정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큰 빚을 졌고, 이로 인해 살림이 어려워진 게 원인이었다.
이처럼 돈까지 빌려 가며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보려 했지만, A씨 부부는 지속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이혼 소송을 하면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재산을 분할하면서 그간 생활비로 쓰인 각종 채무들을 부부가 나눠서 갚게 됐는데, 여기서 A씨가 친정 부모님에게 빌렸던 5000만원은 제외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건 생활비 명목으로 받았던 돈"이라며 "증여이니, 나눠서 갚아야 하는 채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답답해진 A씨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들은 "A씨 남편의 주장처럼, 부모 자식 사이에 이뤄진 금전 거래는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반적인 관계에선 돈을 주고받은 사실만 입증돼도 어느 정도 채무 관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증여 가능성이 큰 부모 자식 간에는 "돈을 빌려줬다"는 구체적인 증빙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참다운합동법률사무소의 박재한 변호사는 "부모 자식 간에 오고 간 금전 거래라 해도 차용증이나 이자 지급 내역처럼 '채무'라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 법원은 증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재한 변호사는 "우선 A씨가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빌리게 된 경위와 채무관계를 입증할 자료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로플의 황수호 변호사는 "만약 차용증 등이 없다면, 채권자인 부모님에게서 금전 대여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확인서'라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A씨가 부모님에게서 받은 돈을 부부의 공동 채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는 "A씨가 부모님으로부터 빌린 돈이 분할의 대상이 되는 소극재산(공동 채무)으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재산을 형성하는데 더 많은 기여를 했다는 쪽으로 주장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이라고 했다. A씨가 친정 부모님에게서 생활비를 지원 받는 등 살림에 더 많은 기여를 했으니, 그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더 분할받는 쪽으로 다퉈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