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약속 어기고 임의로 가슴 성형… 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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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약속 어기고 임의로 가슴 성형… 병원의 '설명의무 위반' 책임은?

2025. 12. 16 10:30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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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설명 없었다는 점

계약과 다른 시술 내용 입증이 핵심

녹취록·진료기록 확보해 손해배상 청구해야

결정적 증거가 된 스마트폰 녹음 기록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간호사에게 의사 선생님을 불러달라고 두 번이나 말했어요. 그런데 기다리라는 말만 하더니…"


A씨는 수면마취에서 깨어난 뒤에야 담당 의사와 상담 한 번 없이 가슴 성형수술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은 A씨가 허벅지 지방흡입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상담실장은 A씨에게 가슴 지방이식 수술을 추가로 권유했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A씨에게 실장은 "대표원장(A원장)은 20년 경력에 사고 한 번 없었다"며 "가슴 수술 상담은 수술 당일 원장님과 직접 사례를 보며 진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허벅지 전체' 지방흡입을 조건으로 300만원을 결제하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상담 내용은 모두 녹음해두었다.


수술 당일, A씨는 허벅지 수술을 담당할 B원장과 만나 디자인을 마쳤다. 그러나 수술실에 들어서자 상황은 약속과 다르게 흘러갔다. 간호사들이 마취 준비를 서두르자 불안해진 A씨는 "A원장님과의 가슴 상담은 언제 하느냐"며 의사나 실장을 불러달라고 두 번이나 요청했다. 돌아온 대답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고, A씨는 그대로 수면마취에 들어갔다. A씨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허벅지와 가슴 수술은 모두 끝나 있었다. A원장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한 채였다.


A씨는 병원 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상담 시 '허벅지 전체' 흡입을 약속받았지만 실제로는 가슴 이식에 필요한 최소량만 뽑아낸 것으로 보였고, "300cc 이상 넣어야 한다"던 가슴에는 각 210cc만 주입된 채 비대칭('짝짝이')이 되었다. A씨는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병원은 "3개월 뒤에나 원장을 볼 수 있다"며 면담을 거절했다. A씨는 결제한 비용의 일부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입장이다.


의사 얼굴도 못 보고 받은 수술, 법적으로 문제없나?

가장 큰 쟁점은 '설명의무 위반'이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의사가 수술 등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하기 전, 환자에게 수술의 필요성, 방법, 내용, 예상되는 후유증 및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질문자님은 수술 전 가슴수술 담당의사(A원장)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상담 및 동의 절차 없이 수술이 진행된 점에서 이는 명백히 법적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도 병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미용성형술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설명의무를 요구한다. 법무법인 세담 한정미 변호사는 "미용성형술은 질병 치료와 달리 긴급성이나 불가피성이 약하기 때문에, 의사는 시술의 필요성, 방법, 외모 변화 정도, 부작용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경우, 집도의를 만나보지도 못한 채 수술이 진행됐으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수술 결과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설명의무 위반 자체만으로도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 판례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환자가 수술 여부를 선택할 기회가 침해된 것을 원인으로 하는 위자료'로 인정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3. 29. 선고 2022가단5023278 판결).


'허벅지 전체' 비용 내고 '부분' 흡입… 차액 돌려받을 수 있나?

A씨가 '허벅지 전체' 흡입 비용을 지불했으나 실제로는 가슴 이식에 필요한 양만 채취했다면, 이는 '계약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김민지 변호사는 "의료계약도 계약이므로, 계약(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병원이 약속한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그 차액에 대한 환불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규 변호사 역시 "허벅지 전체 지방흡입 비용을 추가 결제했음에도 실제 시술은 부분 흡입에 그쳤다면 이는 계약내용 불이행 및 소비자기만 행위에 해당한다"며 "상담 당시 녹취파일과 결제내역, 시술부위 확인자료가 있다면 충분히 환불 또는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배상, 증거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A씨가 법적 권리를 찾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휘명 김민경 변호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병원에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① 담당의사 미대면 및 무동의 수술, ② 계약 불이행(부분 흡입), ③ 수술 후 결과 불만족, ④ 환불 및 손해배상 요구를 정식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는 의료법 제21조에 따라 자신의 진료기록, 수술기록, 마취기록지 등의 사본 발급을 병원에 요구할 수 있으며, 병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A씨의 사례는 설명의무 위반이 명백하여 위자료 청구는 인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계약 불이행에 따른 비용 환불 문제는 상담 녹취록과 실제 수술기록지에 기재된 지방흡입량 등을 비교하여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술 결과의 만족도를 떠나, 환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A씨의 손을 어디까지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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