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주 이하' 임신중절 허용한 정부의 개정안⋯ 변호사들 평가 들어봤더니
'14주 이하' 임신중절 허용한 정부의 개정안⋯ 변호사들 평가 들어봤더니
결국 유지된 현행 '낙태죄'⋯ 정부, 허용 범위만 넓히기로 결정
"전면 폐지 해야" vs. "지금도 과하다"는 의견 맞붙어
실제 변호사들 의견 들어보니⋯ "균형점 찾았다"는 의견이 우세

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왼쪽)과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분 허용할 게 아니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정부의 이번 '낙태죄' 개정안. 실제로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되, 허용 범위만 넓히기로 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에 나온 후속 조치다.
7일 공개된 낙태죄 개정안은 임신 초기(14주)까지는 모든 임신 중절을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다만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처벌 가능성을 남겨뒀다. 15주부터 24주 사이에는 '조건부(성폭행 등 범죄 피해)' 허용하고, 25주를 넘기면 기존대로 처벌한다.
"모든 처벌 조항을 없애야 한다"는 반발과 "지금 넓힌 범위도 과하다"는 의견이 맞붙은 상황. 변호사들에게 "이번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물었다.
"지금 마련된 정도가 균형을 이룬 것 같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이 "헌법과 맞지 않는다"며 올해 말까지 개정을 요구했다.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여기에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는 판단과 함께였다.
다만, 이때 구체적인 허용 기간은 "국가가 22주 이내에서 정하라"고 결정했다. 이 시기를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봤다. 적어도 22주 이전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정부는 관련 부처와 머리를 맞댄 결과 이번 입법안을 마련했다.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산하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부처가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톡뉴스가 문의한 결과 4명 중 3명의 변호사는 "임신중절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이번 입법안이 적정한 것 같다"고 밝혔다. "①사실상 14주 정도면 여성이 충분히 임신중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고, ②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①사실상 14주 허용이면 충분한 시간이다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는 "(이번 입법안으로 허용한) 14주 정도면 여성이 충분히 임신을 인지하고, 임신중절을 결정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본 것 같다"며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한 불이익도 방지할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펴낸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심중절수술의 95% 이상이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졌다. 절반 이상이 '4주~6주' 사이에 이루어졌고, 평균적으로도 약 6.4주였다.
지난해 토론회에서 여성계, 종교계, 의료계의 의견을 청취한 헌법재판소도 "통상 임신한 여성은 4주-6주 사이, 늦으면 임신 8주 정도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며 "이때부터 낙태 여부를 숙고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이 변호사는 "임신중절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면 임산부가 더 빠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등에서도 '3.6.9법칙(3개월까지는 원칙적 허용, 6개월까지는 일정한 사유 하에 허용, 9개월까지는 원칙적 불허)을 따르고 있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②태아의 생명권 보호 차원에서 균형점이다
법무법인 태율의 조연빈 변호사도 "이번 개정안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마찬가지로 태아의 생명권도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신 주수에 관계없이 임신중절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며 "태아가 조기 출산해도 독립된 생명체로 살아갈 수 있는 시기부터는 태아의 생명권도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별의 최희정 변호사도 "생명권 보호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이번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나아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정부 조치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한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①처벌 규정의 실효성이 없어 보이고, ②임신중절은 국가가 통제⋅처벌하기보다는 최대한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맞기 때문"이라고 했다.
①처벌 규정의 실효성이 없다
이번 입법안은 임신중절을 경우에 따라 최대 24주까지 허용한다. 25주부터는 무조건 처벌되지만, 15주에서 24주 사이에서는 허용되는 사유가 있으면 가능하다. 특히 기존에는 강간 등 범죄피해를 본 경우로 예외적이었지만, 이번에 추가로 '사회적⋅경제적 이유'가 들어갔다.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형법 제270조의2 제2항 제3호)'와 '임신한 여성이 관련 법에서 정한 상담 절차에 따라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같은법 제3항)'다.
이에 임원택 변호사는 "이러한 사유가 추가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임신중절은 허용될 수 있다"며 "24주를 넘겨서 임신중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형사 처벌의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②처벌할 게 아니라 지원하는 게 맞는다
또한 임 변호사는 "임신중절은 국가가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를 혼자 키우기 힘든 사람에 대해서는 먼저 국가가 최대한 지원하고, 그래도 어렵다면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낙태죄가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의사들로부터 불법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했고, 일부 여성은 임신중절을 숨기기 위해 병원도 가지 않고 혼자 불법약을 먹기도 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오히려 "임신중절을 엄격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임신중절 숫자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이런 면에서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임 변호사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