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뻗을 수도 없어” 닭장 좌석 공분, 법적 제재 안 되는 기막힌 이유와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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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뻗을 수도 없어” 닭장 좌석 공분, 법적 제재 안 되는 기막힌 이유와 해결책

2026. 01. 08 10:4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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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초밀착’ 좌석 영상에 공분

현행법상 최소 간격 규정 부재가 낳은 안전 사각지대

커뮤니티 캡쳐

“다리 뻗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군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WestJet)의 이른바 ‘닭장 좌석’ 영상이 전 세계 여행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 좌석 밑으로 무릎을 억지로 밀어 넣어야 겨우 앉을 수 있는 극단적인 좌석 간격에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졌으나, 정작 이를 제재할 법적 기준은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라리 차를 몰고 가겠다” 승객들 뿔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웨스트젯 항공기를 이용한 한 부부의 영상이 올라와 급속도로 확산했다. 영상 속 부부는 일반석 좌석에 앉아 다리를 뻗을 공간이 전혀 없어 앞 좌석 아래 좁은 틈에 무릎을 끼워 넣듯 앉아 있는 모습이다.


영상을 촬영한 딸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느냐”고 묻자 부모는 “불가능하다”고 답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부인이 “다리 공간을 나눠 써야겠다”고 농담하자 딸이 “다른 쪽 다리 값도 내야 한다”고 맞받아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해당 게시물에 따르면 ‘프리미엄 좌석’ 추가 비용을 내지 않을 경우 좌석을 뒤로 젖히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몇 시간씩 저렇게 앉느니 차라리 차를 운전해 가겠다”, “웨스트젯은 절대 타지 말아야겠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한 사용자는 “비상 착륙 시 승무원이 권고하는 ‘충돌 대비 자세(Brace Position)’를 취할 수 있겠느냐”며 “항공사가 좌석 몇 개 더 넣어 돈을 벌려다 승객의 얼굴과 다리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안전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웨스트젯 경영진은 진화에 나섰다. 사만다 테일러 최고경험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객실은 모든 예산대에서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신중하게 설계된 것”이라며 “고객에게 더 폭넓은 상품 선택권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반영”이라고 해명했다.


캐나다의 '닭장 좌석',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유수 항공사의 이 같은 행태가 알려지자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 역시 승객의 불편과 안전 우려를 해소할 법적 강제 근거는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항공법령을 살펴보면 좌석의 ‘장착’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111조 제1항에 따르면 항공기에는 2세 이상의 승객을 위해 안전띠가 달린 좌석을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 또한 제218조는 좌석 수에 따른 객실 승무원의 최소 배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좌석 간격(Seat Pitch)’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항공안전법 및 하위 법령 어디에도 승객의 다리 공간(Legroom)에 대한 구체적인 최소 센티미터(cm) 기준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즉, 항공기 내 좌석을 얼마나 촘촘하게 배치할지는 전적으로 항공사의 자율 경영 판단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비상 상황 발생 시 ‘안전배려의무’ 위반 소지 다분

비록 직접적인 간격 규정은 없으나, 사고 발생 시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조계에서는 지나치게 좁은 좌석이 비상 탈출을 방해할 경우 항공사에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판례에 따르면 항공기 사고 시 조종사와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한 탈출을 지시하고 안내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서울고등법원 1971. 2. 10. 선고 70나3373 판결). 만약 좁은 좌석 간격 탓에 승객이 충돌 대비 자세를 취하지 못해 부상을 입거나, 탈출로 확보가 지연되어 인명 피해가 커진다면 항공사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장시간 비행 중 좁은 좌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부정맥혈전증(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등 승객의 건강 침해에 대해서도 항공사가 적절한 주의사항을 고지하지 않았거나 방치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제2의 닭장 좌석 막으려면”… 입법적 보완 시급

현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항공기 최소 좌석 간격 기준 도입을 검토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국제적인 표준 가이드라인은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항공사들이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좌석 밀도를 높이는 ‘슬림 시트’ 도입을 가속화하면서 승객의 안전과 경제성 사이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승객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간격 기준을 법령에 명시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항공사업법 제64조에 근거하여 항공사별 좌석 간격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함으로써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좌석 간격 문제, 이제는 항공사의 경영 자율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기보다 명확한 법적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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