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취하서 제출 시 '재고소 불가'... 대법원, "의사 번복 효력 없다" 판결
고소 취하서 제출 시 '재고소 불가'... 대법원, "의사 번복 효력 없다" 판결
합의금 미지급 상태서 섣부른 취하는 '독'
한 번 떠난 고소권은 돌아오지 않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합의를 이유로 고소 취하서를 제출할 경우, 이후 어떠한 이유로도 이를 번복하거나 재고소할 수 없다는 법리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재확인되었다.
특히 가해자가 합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가 다시 처벌을 원하는 상황에서도 법원은 '고소 취소의 비가역성'을 우선시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합의서 제출 후 처벌 희망 의사 번복 사례 잇따라
최근 고소인(피해자)이 가해자와 합의한 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고소 취소 의사를 밝히고 나서, 이를 다시 취소해달라고 요청하는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먼저, 피해자 A씨는 공소제기 전 피고인과 합의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피고인이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자, A씨는 수사기관에 다시 탄원서를 제출하고 법정에서 처벌을 원한다는 진술을 하며 의사를 번복했다.
또 다른 사례인 피해자 B씨는 고소 취하 요청서를 작성해 우체국 등기우편으로 검찰청에 발송했다. 하지만 이후 마음이 바뀐 B씨는 법정에 출석해 "당시에는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었으나 현재는 다시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증언하며 앞선 취하 의사를 부정했다.
마지막으로, 합의서에 '고소 취소'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은 채 피고인과 원만히 합의했다는 내용의 서류를 법원에 제출한 사례도 확인되었다. 피해자는 명시적인 취하 문구가 없으므로 고소 효력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의 처벌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대법원 "적법한 고소 취소 후 재고소는 원천 봉쇄"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례들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232조를 근거로 고소 취소의 효력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첫째, 고소 취소의 의사표시는 한 번 이루어지면 철회할 수 없다.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도5268 판결에 따르면, 피해자가 이미 처벌 희망 의사를 철회했다면 그 후 다시 의사를 번복하여 처벌을 희망하더라도 이는 법적 효력이 없다. 일단 적법하게 고소가 취소된 이상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처벌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다.
둘째, 우편으로 접수된 고소 취하서 역시 제출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도3405 판결은 피해자가 고소 취하 요청서를 작성해 검찰청에 우송했다면 그 시점에서 처벌 희망 의사는 적법하게 철회된 것으로 보았다. 이후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더라도 이미 발생한 고소 취소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1983. 7. 26. 선고 83도1431 판결).
셋째, 합의서 제출 자체가 고소 취소로 간주될 수 있다.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도6779 판결은 합의서에 '고소 취소'라는 표현이 없더라도, 피고인의 처벌을 구하는 의사를 철회한다는 취지로 합의서가 법원에 제출되었다면 고소는 적법하게 취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합의를 취소한다고 말해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

합의 타이밍과 금액이 형량을 바꾼다: 형사사건 합의의 법적 효과와 전략
"합의금 수령 확인 후 취하서 전달해야"
법조계 전문가들은 고소 취소가 형사소송법상 '재고소 금지' 원칙과 직결되는 만큼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은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가해자가 합의를 빌미로 취하서를 먼저 요구할 경우 피해자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소 취하서가 피해자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강압적으로 작성되었거나 기망에 의한 것이라면 예외적으로 효력이 부인될 수 있다(대구고등법원 1981. 6. 5. 선고 80노1062 판결). 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뒤집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합의서나 고소 취하서를 제출하기 전, 반드시 합의금의 전액 수령 여부를 확인하거나 대리인을 통해 안전한 전달 방식을 택할 것을 권고한다. 고소 취소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므로 그 시기를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