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1 여학생 화장실 끌고 간 고3 남학생, ‘성추행 미수’ 빠진 경찰 수사 논란
초1 여학생 화장실 끌고 간 고3 남학생, ‘성추행 미수’ 빠진 경찰 수사 논란
경찰 "팔·손은 성적 수치심 부위 아냐"
피해 아동은 전치 20주 정신과 진단
피해자 부모 "이해 안 돼"

초등학교 1학년 여아를 화장실로 끌고 가려 한 고3 남학생에게 경찰이 ‘강제추행 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JTBC News 유튜브 캡처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여자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 강제로 끌고 가려 한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사건에 대해 경찰이 '강제추행 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아동은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전치 20주 진단을 받았지만, 경찰은 "접촉 시간이 짧고, 팔이나 손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부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복도에서 훔쳐보고, 화장실 칸으로 끌고 가려…CCTV에 담긴 범행 전후
사건은 지난 7월 14일 오후 5시경,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학원을 마치고 화장실에 들른 초등학교 1학년 A양을 고3 남학생 B군이 뒤따라 들어갔다. 상가 복도 CCTV에는 B군이 범행 전 화장실 주변을 서성이며 A양을 훔쳐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B군은 화장실에서 나온 A양의 팔을 잡아 바로 옆 칸으로 끌고 들어가려 시도했다. A양이 거부하자 이번에는 남자 화장실로 데려가려 했다. 겁에 질린 A양은 B군의 손을 뿌리치고 현장에서 달아났다.
사건 다음 날 경찰에 붙잡힌 B군은 조사 과정에서 "A양을 만지려고 했다"며 범행 의도를 시인했다.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다수의 성 착취물까지 발견됐다.
'성추행 미수' 빠진 이유?…"접촉 시간 짧고, 팔은 성적 부위 아냐"
명백한 범행 의도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B군에게 강제추행 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신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과 '성 착취물 소지' 혐의만 적용했다. 전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다.
경찰은 "팔이나 손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위가 아니며, 피의자와 피해자가 접촉한 시간이 아주 짧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제추행은 신체 접촉 부위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행위자의 의도, 범행 장소, 전체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B군이 "만지려 했다"고 자백한 점, 범행 장소가 화장실이라는 점, 어린아이를 강제로 끌고 가려 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추행의 실행 착수로 볼 수 있어 강제추행 미수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A양이 겪은 극심한 정신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범죄의 결과가 아닌 물리적 접촉이라는 형식에만 얽매여 소극적으로 법을 적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소년보호사건으로 넘겨지면…소년원 아닌 '봉사활동' 그칠 수도
B군은 만 14세 이상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는 촉법소년은 아니지만, 만 19세 미만 소년에 해당해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보호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
소년보호사건으로 처리될 경우, B군은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소년법에 규정된 보호처분은 1호(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다양하다.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초범이라는 점 등이 고려되면 사회봉사 명령이나 보호관찰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양의 부모는 "(경찰의 결정이) 이해가 안 간다"며 "딸이 교복 입은 학생만 봐도 무서워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