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사법개혁" vs "이재명 위한 대법관 알박기"…대법관 증원 정면충돌
"국민 위한 사법개혁" vs "이재명 위한 대법관 알박기"…대법관 증원 정면충돌
민주당, 대법관 14명→26명 증원안 추진
재판 헌법소원 도입도 쟁점

대법원 전경 모습. /연합뉴스
내 인생과 돈, 시간을 건 재판이 대법원에서 이유조차 없이 단 한 줄로 기각된다면 어떨까. 실제로 지난해 대법원에 올라온 민사 사건의 70.2%, 가사 사건의 86%가 제대로 된 심리 한번 없이 기각됐다. 이른바 '심리불속행 기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대법관 수를 현재의 두 배 가까이 늘리는 사법개혁안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에 대비한 '대법관 알박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사법개혁의 명분과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법적, 정치적 공방이 예고된다.
"4만 건 쏟아지는데 12명이 재판" vs "이재명 방탄용 코트패킹"
민주당의 계획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029년까지 26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장윤미 변호사는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1년에 상고심으로 쏟아지는 사건이 4만 건이 넘는다"며 "심리도 없이 기각되는 사건이 태반인 지금의 현실이 과연 3심제의 기본적인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선 대법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송영훈 변호사는 이 계획의 본질을 '대법관 욱여넣기'라고 규정했다. 송 변호사는 같은 방송에서 "국민을 위한 게 아니고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앞으로 담당할 대법관들을 미리 꽂아두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연방대법원을 길들이려 했던 '코트패킹(court-packing)'과 같다"고 비난했다.
송 변호사의 분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 기존 대법관 10명이 퇴임하고 새로 12명이 증원돼 총 22명의 대법관 임명권을 행사하게 된다.
특히 송 변호사는 민주당 안이 '1년 시행 유예'를 둔 점을 파고들었다. 송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임기가 2027년 6월에 끝난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대법관은 추가로 받지 않고,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다음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사람으로만 증원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장 변호사는 "제도 설계를 할 때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야당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임명 시기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등 조율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4심제 여나…'재판 헌법 소원' 카드도 만지작
대법관 증원과 함께 또 다른 뜨거운 감자인 '재판 헌법 소원' 도입도 공론화되고 있다. 이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다시 다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는 법원의 재판 자체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모든 사건을 4심으로 가져가자는 게 아니라, 판결 자체가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헌재가 들여다보게 하자는 것"이라며 "독일 등 해외 입법례도 있어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송영훈 변호사는 이 역시 "5월 1일 대법원의 이재명 대표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재판 보복"이라고 일축했다.
송 변호사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의 법률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이긴 쪽도 상대방이 헌법소원을 내면 불안해서라도 변호사를 또 선임해야 한다. 국가가 3심도 모자라 4심까지 만들어 분쟁을 끝내주지 않으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송 변호사는 "대법원이 작년 한 해 처리한 사건이 약 5만 5천 건인데, 헌법재판소가 지난 37년간 처리한 총사건 수가 약 5만 3천 건"이라며 현실적으로 헌재가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