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은 '지금'하고, 이혼 도장은 자녀가 '성인 된 뒤'에 찍을 수 있을까요
재산분할은 '지금'하고, 이혼 도장은 자녀가 '성인 된 뒤'에 찍을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은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이혼을 하자는데는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남편 A씨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재산분할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 부부. 한집에 살고는 있지만, 두 사람은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 외에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당장이라도 갈라서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A씨 부부가 이혼 도장을 찍지 않고 함께 사는 이유는 아직 어린 자녀 때문이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두 사람이 일치하기에, 최대한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이혼을 하자는데는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남편 A씨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재산분할이다. 혼인 유지 기간 등도 이혼 재산분할시 고려가 된다는데, A씨의 경우 겉보기에 아내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전문직인 자신에 반해 아내는 전업주부로 아이를 전담해 돌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재산분할을 아예 안 해줄 생각은 아니지만, 이미 결혼생활은 깨진 거나 다름없는 시점 이후까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에 A씨는 '서류상 이혼은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에 하되, 재산분할은 현시점에 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다만, 이런 합의서가 유효할지 궁금하다며 변호사를 찾았다.
변호사들은 해당 합의서가 향후 실제 이혼 시에도 효력을 발휘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A씨가 원하는 대로 협의이혼이나 재판이혼 없이 재산분할을 먼저 하는 것은 부부가 합의한다 해도 법률상 효력을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보통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이혼신고일을 기점으로,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사실심(1·2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한다. 물론, 별거 시점 등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A씨 부부는 별거를 예정에 두고 있지 않아 이 역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황미옥 변호사의 분석이다.
'노경희 법률사무소'의 노경희 변호사도 "합의서를 작성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한 집에서 동거하며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향후 이혼소송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혜 법률사무소'의 류지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류 변호사는 "(합의서를 작성해도) 나중에 재산분할에 대해 번복하거나 다툼이 생긴다면, 법원은 원칙(사실심 변론종결일)대로 판단할 여지도 있다"고 의견을 보였다.
변호사들의 의견을 정리하면, 합의서가 A씨가 원하는 대로 재산분할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무조건 효력이 없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지난 2001년 대법원은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 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2000다58804 판결).
이런 점을 감안해 △배우자에게 일정한 금액의 재산분할을 한 뒤 △따로 살면서 △부부 각각의 재산을 따로 관리하고 △합의에 따른 양육비 등을 꾸준히 지급한다면 재산분할과 관련한 합의를 구체적으로 한다면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