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성 8차 사건도 내가 했다” 이춘재 주장⋯ 억울한 피해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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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화성 8차 사건도 내가 했다” 이춘재 주장⋯ 억울한 피해자 나올까

2019. 10. 04 17:38 작성
조하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on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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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화성 사건' 중 유일하게 해결 된 8차 사건 “내가 했다” 자백

윤성여씨, 당시에도 ‘8차 사건 진범 맞느냐' 논란

이춘재 자백 사실이라면⋯ 국가 배상액 약 25억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됐던 화성사건의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일 경우 대신 잡혀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는 약 25억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됐던 화성사건의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씨의 주장이 맞다면 8차 사건 범인이라고 지목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약 21년간 복역한 윤성여(52)씨는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된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중 유일하게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벌어졌다. 이곳의 한 주택에서 박모(13)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몸에서 범인의 체모가 나왔는데, 체모에선 다량의 티타늄이 검출됐다.


당시 DNA 기술이 없었던 경찰은 티타늄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조사를 벌였다. 인근 철공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사건을 취재했던 언론 기사에는 “경찰들은 남성들을 화장실로 불러놓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 사람마다 10가닥씩 뽑았다”고 적혔다. 이렇게 수사 당한 사람이 465명이었다.


결국 농기구 용접수리공이었던 윤성여(당시 22세)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윤씨의 체모에서 티타늄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당시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윤씨의 체모 사이에서는 열두 가지 동위원소 성분이 일치했다.


이 수사 아이디어를 냈던 최모 순경은 공고 화공과와 보건전문대를 나온 사람이어서 언론은 “우리나라 최초로 방사능 동위원소 감정 통해 범인이 잡혔다"고 대서특필했다.

검거된 윤성여씨, 당시에도 ‘진범 맞느냐' 논란

그렇게 범인은 잡혔지만 당시에도 윤성여씨가 진범이 맞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은 있었다. 경찰이 대부분의 화성 주민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두고 불시에 검문을 하던 때였다. 거기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그려진 것처럼 범행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을 경찰서 내부 으슥한 곳에서 폭행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윤씨에 앞서 7차 사건 용의자로 경찰의 지목을 받았던 한 남성은 “억울하다"며 아버지의 무덤가에서 목을 맸다. 마을 주민들은 “그만큼 강압적인 수사가 이뤄지던 때였다”고 기억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의 행적. /연합뉴스

윤성여씨 2003년 옥중 인터뷰 “사람 죽인 적 없다”

윤씨도 지난 2003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며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지적했다.


윤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건을) 모른다. 그 '8차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며 “직업이 농기계 용접공이었을 뿐이다. (체모에 나온 티타늄은) 우연”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피살자 오빠와는 친구 사이였지만 여동생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도 지적했다. 윤씨는 “(수사를 받으며) 맞았다. 이미 지나간 일을 구구절절 묘사하기는 싫다”며 “나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나. 그때 나는 국선 변호인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다”고 했다.


윤씨는 출소한 이후 “교도소 안에서 배우고 있는 재봉 기술이나 살려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이춘재 자백이 맞다면⋯ 국가는 윤성여씨에 약 25억 배상해야

이춘재가 자신이 8차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함에 따라 당시 수사기록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경찰은 즉각 이춘재 진술의 재검증에 들어갔다. 이 재수사 결과에 윤씨의 ‘무고함 입증’도 달렸다.


윤씨는 지난 1989년 7월 검거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0년으로 감형 받아 지난 2010년 5월 7일 출소했다. 모두 7592일을 구금돼있었다.


윤씨의 억울한 옥살이가 입증된다면 국가는 ‘잘못된 구금'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 현행법은 최저임금의 5배까지 국가가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올해 안에 경찰 재수사 결론이 나오고 재심을 통해 ‘최종 무죄’가 선고된다면 윤씨는 최대 25억 3572만 8000원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계산법은 이렇다. 윤씨가 구치소 등에 수감된 기간은 1989년 7월 25일 검거된 날로부터 출소한 2010년 5월 7일까지 총 7592일이다.


여기에 올해 하루 최저임금의 5배인 33만4000원을 곱하면 25억 3572만 8000원이 나온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춘재 자백 신빙성 있다"

한 전문가는 이씨가 8차 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숫자로 본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 /연합뉴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 언론에서 "이씨의 자백이 거짓말이 아닐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며 "거짓말을 하면 프로파일러와의 신뢰관계도 무너진다는 말로 이런 짓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8차 사건은 주거침입 사건인데 이씨는 주거침입 경력도 있고, 미성년자를 희생시킨 경험도 있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8차 사건이 거짓말이라면 영웅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장 "화성사건 경찰수사 당시 무고한 희생에 사의"

민갑룡 경찰청장이 과거 경찰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로 무고하게 숨진 피해자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민 청장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또 여러 악영향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경찰을 대표해 심심한 사의를 드린다”고 밝혔다.


민 청장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이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하거나 경찰관이 수사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우가 있었는데 경찰청장이 이 자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사과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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