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에 애인 온다" 경찰 간부 상사의 선 넘은 농담…법원 "명백한 성희롱"
"관사에 애인 온다" 경찰 간부 상사의 선 넘은 농담…법원 "명백한 성희롱"
3가지 혐의 중 2개는 무죄
법원, "남은 1개만으로도 징계 정당"
경찰 간부 항소 기각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경찰관 중에 애인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관사에 보면 부인 아닌 사람도 여럿 온다. 나도 찾아오는 사람 있다."
직장 상사가 부하 여직원에게 건넨 이 농담은 결국 법원에서 성희롱으로 인정받았다. 대구고등법원은 부하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경찰 간부 A씨가 "징계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불편했던 상사의 농담…법정으로 간 성희롱
사건은 2022년 9월, 경상북도경찰청의 한 부서에서 시작됐다. 서무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경감)는 부하 직원인 피해자 B씨(경위)와 동료 계장과 함께 회식을 했다.
계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는 B씨에게 "경찰관 중에 애인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관사에 보면 부인 아닌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나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B씨는 A씨의 다른 발언들과 함께 이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경찰은 자체 조사를 통해 B씨가 신고한 3가지 언행 중 이 발언 하나만을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징계는 '불문경고'로 한 단계 감경됐다. 불문경고는 기록상 1년이 지나면 말소되지만, 표창 대상자 제외 등 실질적인 불이익이 따르는 처분이다.
그럼에도 A씨는 "징계 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재량권을 남용한 과도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3가지 중 2개는 무죄…하지만 결정적 한마디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게 제기된 3가지 징계 사유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입증이 부족하다며 2가지 발언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주말에 네 생각이 난다"는 등의 발언은 평소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선뜻 믿기 어렵고, 피해자가 오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스스로 일부 시인한 "관사에 애인이 찾아온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는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원고(A씨)는 피해자보다 계급, 경력, 나이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었다"고 전제하며, "배우자 외의 사람과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와 피해자가 평소 성적인 대화를 나눌 정도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고, 별다른 맥락 없이 불필요한 성적 언동을 한 경위에 비추어 피해자가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문경고도 과하다"는 주장에…법원의 일침
A씨는 이미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치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으므로 불문경고 처분마저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또한 기각했다.
재판부는 "인정되는 징계사유(성희롱 발언)만으로도 징계양정 기준상 감봉 이상의 처분이 가능하다"며, "원래의 감봉 1개월 처분을 불문경고로 감경한 것은 이미 원고의 여러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즉, 3가지 징계 사유 중 2가지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남은 1가지 성희롱 행위만으로도 불문경고 처분은 결코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