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불허된 외국인도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인정된다
입국 불허된 외국인도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 인정된다
'국민의 권리' 아닌 '인간의 권리'로
"행정절차에서 구속 이뤄져도 해당"

이미지 출처 : 셔터스톡
공항에서 입국이 저지 당한 외국인이 행정절차상 문제로 구금 상태에 처한 경우, 이러한 외국인에게도 헌법소원을 청구할 자격이 인정될까요?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례(2014헌마346)가 있습니다.
수단 국적의 A씨는 2013년 11월 수단 카르툼 공항에서 출국, 홍콩을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A씨는 입국심사 과정에서 난민신청의사를 밝히고 난민법 제6조에 따른 난민인정신청을 했는데요.
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입국목적이 사증에 부합함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국을 불허했습니다. 또 A씨가 타고 온 비행기의 운수업자에게 “A씨를 국외로 송환하라”는 내용의 송환지시서를 발부한 후, A씨를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 내에 설치된 송환대기실에 수용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은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이 국외송환에 앞서 임시로 머무르는 곳입니다. 전용면적 약 330㎡에 공중전화기, 의자, 텔레비전, 음료수대, 샤워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으나 정상적인 침대나 침구는 없고, A씨는 이곳에서 치킨버거와 콜라 등을 제공 받았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A씨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공중전화 외에는 외부와의 소통 수단이 없었습니다. 송환대기실은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고, 철문으로 막혀 있는 구조였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를 변호하기 위해 피청구인인 인천공항출입국 외국인청장에게 접견을 신청했는데요. 피청구인은 “송환대기실 내에 수용된 입국불허자에게 변호인 접견권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고, 외국인청장은 송환대기실의 관리주체도 아니어서 변호인 접견을 허가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다”며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A씨는 “인천국제공항이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거부해 (자신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요. “행정기관에 의해 구금된 경우에도 헌법 제12조 제4항에 따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는데, 피청구인이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거부하여 정상적인 재판 준비 및 수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난민 입국 관련 주무부처인 법무부 장관은 “입국이 불허되어 송환대기실에 수용 중인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가 아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행정절차에서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A씨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침해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먼저 외국인인 A씨에게 청구인 적격이 인정된다고 보았는데요.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라고 볼 수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외국인도 기본권 주체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나아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구속’은 사법절차상 구속뿐 아니라 행정절차에서 이루어진 구속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내려진 헌재의 결정도 일부 변경됐습니다.
변경된 내용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절차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출입국관리법상 보호 또는 강제퇴거의 절차에도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헌재는 “A씨 변호인에 대한 접견신청 거부는 현행법상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A씨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