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아동 후원 빙자 성범죄, '그알'이 파헤친 추악한 진실
필리핀 아동 후원 빙자 성범죄, '그알'이 파헤친 추악한 진실
유튜버 정씨, 14세 소녀 임신시켜 체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속인주의' 법망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 1455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천사의 탈 쓴 유튜버, 후원금으로 14세 소녀 임신시켜…'그알'이 고발한 '빈곤 포르노' 실태
필리핀 빈민 아동을 돕는다던 후원금은 14세 소녀를 임신시킨 유튜버의 범죄 자금으로 쓰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필리핀 현지에서 벌어진 아동 후원 방송의 추악한 실태를 추적하며, 선행의 탈을 쓴 아동 성범죄의 민낯을 고발했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 '그알'이 밝힌 두 얼굴
과거 종교인 출신 시민운동가였던 50대 한국인 유튜버 정모씨. 그는 2023년부터 필리핀에서 빈민 아동 후원 방송을 시작했다. 매일 10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그의 모습에 국내 후원자들이 몰렸지만, 그 뒤에는 검은 속내가 숨어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6월 자신의 방송에 자주 등장하던 14세 소녀를 임신시키고 아이까지 낳게 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그는 "필리핀 법상 문제가 없는 나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는 법을 모르는 변명에 불과했다.
"필리핀에선 합법"? 국경 넘은 범죄, '속인주의'가 발목 잡는다
정씨의 주장은 대한민국 법체계 아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형법은 '속인주의(屬人主義, 자국민이 외국에서 저지른 범죄도 처벌하는 원칙)'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 국민이 국외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국내법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의 범죄가 필리핀이 아닌 대한민국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이유다.
피해 소녀의 언니는 이미 지난해 동생이 정씨에게 성관계를 요구받는 정황을 포착하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정씨를 '선량한 자선가'로 여겨 묵살했다. 후원금으로 쌓아 올린 그의 영향력이 공권력마저 무력화시킨 셈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빈곤 포르노'가 된 후원…50~60대 남성들은 왜 열광했나
사건의 배경에는 후원 채널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취재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10여 개의 필리핀 후원 채널 대부분은 50~60대 한국 남성들이 주된 후원자였다.
이들은 여자아이들에게만 돈을 주며 춤과 노래를 시켰고, 실시간 채팅창에는 성희롱성 발언이 난무했다.
방송에 출연한 한 제보자는 이를 두고 "과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빈민가 풍경을 이용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빈곤 포르노'"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한 채널 운영자는 "후원자 98%가 60대 이상 한국 남자라 여자아이들만 모은다"고 실토하며, 일부 운영자는 후원자에게 성접대성 제안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2의 정씨? '13세와 결혼 약속'…'그알'이 만난 위험한 후원자
이러한 뒤틀린 후원 문화는 제2, 제3의 잠재적 범죄자를 낳고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난 50대 남성 최씨는 13세 필리핀 아동에게 월 소득 300만 원 중 200만 원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아이가 예쁘고 걱정돼서 후원할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내 "나중에 결혼하자는 약속을 했다. 내년에는 (아이가) 16살이라 괜찮다"며 충격적인 속내를 털어놨다. 정씨 사건을 언급하며 '나이만 차면 죄가 안 된다'고 믿는 그의 모습은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만연한 무지와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루밍 범죄의 시작"…방송에 출연한 전문가의 경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대일 현금 지원 방식이 '그루밍 범죄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후원자의 의도를 구분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현금을 살포하는 행위는 국제 NGO 원칙에도 어긋난다.
한 전문가는 방송 인터뷰에서 "진정한 후원은 아이의 10년, 20년 후를 보며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현재의 후원 방식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사회 전체가 성찰해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의로 시작된 후원이 더는 아동을 착취하는 범죄의 자양분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